무엇을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경제문제의
결정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나 시장수요가 생산품목을 결정하며 기업이
생산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업의 의사결정은 국민경제 전체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은 소비자 주주 종업원 거래기업 거래
금융기관등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집단 또는 계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최근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검토중인 "사외
이사제도"의 도입이나 "사위원회"의 설치 등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크게 변화시킬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서 주목을 받지 않을수 없다.

짧은 기간동안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우리사회의 관심은 온통
기업의 경쟁력의 강화와 이를 통한 경제성장의 극대화에 쏠렸다.

우선 파이를 크게 해야 각자에게 돌아갈 몫이 커진다는 논리에서
제도건 정책이건 대주주의 안정작인 경영권행사를 보장하는 쪽으로
치우친 것이 사실이다.

대주주는 해당기업과 사활을 같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전력투구할 것이며 그 결과 이해관계자들도 이익을 보게 된다는
판단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실에서 언제까지나 기존의
제도와 사고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다.

우선 경영환경이 매우 복잡해졌고 기업규모도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비록 창업주나 대주주가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소액주주의 이익보호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앞장서 기업공개를 추진해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생겼지만
이들이 기업경영에 개입하거나 감시할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 소액주주들은
분식회계나 기업도산으로 일방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이해관계자가 국내외로 확대되어
기업정보의 투명성과 의사결정의 다원성보장이 절실해졌다.

이같은 배경을 생각할 때 세계화추진위원회의 검토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말할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과는 경제발전단계가 다르고 기업문화가 딴판인
우리현실에서 "감사위원회"의 설치나 "주주제안제도"라면 몰라도
"사외 이사제도"의 도입이 성공할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경영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들어 단순히 투자가치의 보전이라는 방어적인 목적을 넘어서
해당기업의 매수합병을 시도해도 좋으냐는등 복잡한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주주견제와 소액주주의 이익보호라는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실행에는
더 깊은 연구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관련법률의 개정만을 졸속으로 추진할 경우 기업경영에
일대 혼란이 초래되고 국민경제마저 흔들릴 위험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