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자동차시장에 첨단전자장비및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한
대중차들이 속속 등장, 고급 승용차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흔히 대중차로 분류되는 컴팩트 카(compact car :소형과 중형 사이의
중급차)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라디오등 기본사양을 갖추는 것이 지금
까지의 일반적인 추세.

그러나 최근 국제 자동차기업들이 전략차종으로 선보이고 있는 신형
컴팩트카는 예전에 없던 첨단전자장비로 차체구조와 강도가 개선되고
고급승용차에 못지않은 감각적 디자인을 갖췄다.

"마치 얼굴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전혀 딴판인 고교동창생을 만난 느낌"을
들게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혼다사가 내놓은 어코드LX.

지난 70년대 중반 "적절한 가격의 중급차"돌풍을 일으키며 출현했던
어코드 1세대와 이름말고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소음을 줄인 고성능의 2.7리터 24밸브 1백70마력의 V6엔진, 부드러운
주행감등 뛰어난 성능, 투박함을 탈피한 세련된 디자인등은 "중급차"로서의
어코드 명성을 무색하게 한다.

마쓰다 626LX 역시 분류상으로는 컴팩트카.

그러나 일단 앞덮개 속이나 실내를 들여다보면 대형 고급차와 거의 차이가
없다.

겉보기와는 달리 널직하게 설계된 차내공간, 2.5리터 1백64마력의
V6알루미늄 엔진, 속도와 쾌적함을 겸비한 승차감..

굳이 흠을 잡자면 차체 디자인이 그다지 눈에 띌만한 포인트를 지니지
못했다는 것 정도다.

이들 두 일본회사보다 약간 뒤늦게 등장한 미국 고성능 대중차 포드
콘투어SE와 크라이슬러 시러스LXi 역시 이전의 컴팩트카와 크게 다르다.

콘투어SE는 스포츠카 못지않은 자태및 가속력을 자랑하며 중급차로는
처음으로 십만마일을 보장하는 엔진을 장착했다.

미크론 크기의 입자도 걸러내는 초감각 에어필터부터 최첨단 계기판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첨단기계장치는 분명히 이전의 대중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이다.

크라이슬러 시러스LXi도 이중에어백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안전장치와
넓직한 차내공간을 확보한 것등 겉모습 빼고는 종래 중급차의 모습을 거의
탈피했다.

기본사양만을 갖추고 시판되던 대중차들은 이처럼 첨단화 고성능화 붐을
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최근 선보인 이들 신형 중급차들은 대개 2만달러를 호가, 종전보다 20~30%
가량씩 비싸게 팔린다.

분류와 크기는 "대중차"인데 가격은 오른 것이다.

이같은 추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는 당초 일본업체들이 엔고피해를
줄이려는 고육책을 짜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국등 다른 나라들도
판매이익증대를 겨냥, 이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소비자들이 얼마나 중급차의 고급화 현상에 따라가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같은 모델의 이전 가격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 만큼 새로운
성능및 내부 디자인에 끌리겠느냐는 것이다.

"중급 승용차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얼마나
고객들에게 먹혀들 것인가 이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