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23일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결과는 그동안 추측
으로만 입에 오르내리던 사교육비의 규모와 더불어 특히 과외비지출의
심각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반향이 크다.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한햇동안 사교육비는 GNP(국민총생산)의
6%인 17조4,640억원으로 공교육비 16조7,578억원을 능가했으며 이
가운데 과외비는 5조8,447억원으로 전체 사교육비의 34%나 차지했다.

참으로 기형적인 교육투자구조가 아닐수 없다.

사교육비의 전체규모도 놀라운 것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증가속도이다.

지난 91년 7조1,055억원이던 사교육비 지출이 불과 3년만에 2.5배나
급증한 것이다.

사교육비는 등록금등 직접적인 교육경비를 제외한 기타 교육비를
모두 합친 비용을 말한다.

사교육비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학부모의 가계부담이 그맘큼 크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국가자원의 비효율적 운영,사회불평등 구조의
심화,학교교육에 대한 불신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사교육비의 급증추세에 맞춰 우리의 교육환경도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인교육은 말뿐,학교는 입시학원화 되고 유치원부터 고교졸업때까지
십수년을 우리의 자녀들은 "점수따기 기계"로 양육되고 있을 뿐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경쟁심을 비난하지만 우리의
유난스런 교육열이 국가발전에 끼친 공로도 과소평가돼선 안된다.

앞으로의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가려면 선의의 경쟁은 발전의 에너지로서
더욱 장려되어 마땅하다.

경쟁심 자체를 나무랄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교육비의 비중을 낮추는 장기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공부담재원의 확충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사교육비를
공교육비부문이 흡수함으로써 교육비구조를 합리화할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국내 교육시장개방은 이미 시작됐지만 우리의 교육부분은 아직
세계화의 문턱에도 못가고 있다.

최근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교육개혁을 최우선과제로 삼은것도 교육개혁
없는 세계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교육비문제도 궁극적으로는 교육개혁이라는 커다란 틀안에서 해결될수
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지금처럼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대책들만 쏟아내서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종합적이고 장기적비전을 갖는 교육개혁안을
마련할수 있다면 세계화추진위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제역할을 다했다는
평가를 후세에 길이 받을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