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하 <중앙대 총장/정치학>

분단된지 올해로 49년이 되는데 이제야 남북한은 예비회담을 통해
역사적인 정상회담개최에 전격적으로 합의하게 되었다.

냉전이 종식되고 화해와 협력의 21세기를 목전에 둔 우리로는 국제화
세계화추세, 그리고 민족이이과 국가번영의 추구하는 앵엄한 현실에
서 있다.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가 하는 자괴감과 안타까움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남북한 정상회담의 실현은 가슴벅찬 일이 아닐수 없다.

이와같은 긍정적인 시각과는 달리 남북한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세인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국면 전환용이니,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위기모면이라는 전략 전술적 차원이니하는 논의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소모적이고 일과 성에 그쳤다는 비판은 있을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남북한 정상회담은 그 성사과정에서의 대화를 통한 양보
정신과 형식에 있어서 최고위급이라는 점,그리고 단기적으로는 핵문제의
타개에 전환점을 제공할수 있다는 개연성과 장기적으로는 민족통일과
번영의 단초를 제공해줄 가능성이 있기에 중요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지금부터 우리는 차분히 남북한간의 긴장해소와 신뢰구축, 그리고 민족
통일과 국가번영을 위해 과제와 방식에 대해 획기적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서로의 접근방식과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
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긴장해소와 항구적인 평화공존질서의 수립,그리고
민족자존과 민족통일을 이루어내기 위해 각론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 통일을 보면서 우리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방식으로부터 교훈을
얻었고 예멘의 예에서 상호동질화 과정이 없는 정치지도자간의 협약에 의한
통일은 분열과 전쟁의 결과를 양산한다는 것을 목도했다.

우선 남북한 정상간의 회담에서는 서로의 접근방식에 있어서 정치군사적인
접근을 통한 극적인 합의보다 기능적 점진적인 접근방식에 의한 합의를
통해 정치 경제 군사 문화협력의 의지와 신뢰를 확인하고 민족적 정체성의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는 서로의 불신과 단기적인 이익에 매달려 왔음을 상기할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만남, 그 자체보다는 구체적인 신뢰구축의
의지와 정신에 대한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신뢰구축의 척도로써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은 필수적이다. 또한
이전의 남북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남북한 정부가 천명했던 것에
대한 재확인이 포함될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핵투명성보장을 위해 남한 정부의 경제협력을 포함한 여러가지의
포괄적인 연계제안의 가능성과 그 실현가능성은 북한의 실정에 비추어
볼때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신뢰구축노력이 확인된다면 곧바로 남북한 정부는 인도주의에
따른 남북한 이산가족문제와 자유로운 고향방문, 그리고 문화 예술 체육
등의 교류를 통해 민족정체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로에게 필요한 자원과 기술의 교류, 그리고 자본의 투자를 통해
민족경제의 틀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국제적 의무와
책임을 갖도록 수교를 이루지 못한 국가들과 수교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내부의 민주적인 개혁을 돕고 안으로는 통일을 기하고
밖으로는 민족자존과 민족자주정신의 기틀을 잡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우리 겨례의 염원인 남북한 통일이 당장 짧은 기간안에 이루어 질
수 없다면 상대체제를 인정하고 여러 수준의 교류.통합과정을 진행시켜
나가는 공존단계를 밟을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를 어떻게
만들고, 상호 신뢰와 평화구조를 어떻게 정착시키면서 통일기반을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인 원칙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차원에서
거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대화의 효과와 연속성을 보장할수 있도록 만남의 형식은 필요에따라
형식에 구애받지 말아야 하고 실무차원의 협의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 혹은 지속적으로 정상회담이 병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전의 소모적이고 일과성에 지나지 않은 논의를 지양하여 대화의
연속성과 질의문제를 어떠한 방식과 틀,그리고 절차로 담보할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합의가 적어도 2차 정상회담전까지는 있어야 할
것이다.

금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의도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며, 진정한
민족적 자세와 이익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볼수 있다.

성급한 생각인지는 모르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92년 채택된 남북합의서
의 제2장 "남북불가침 항목"의 연장선상에서 정전협정의 남북간 평화협정
으로의 대체를 위해 남북한 정부의 공동평화선언(불가침원칙 재확인,
점진적 군비통제,군사적 신뢰조성등)을 논의해 볼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진, 선봉지역의 경협문제도 가시화 될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산가족을 포함한 민간교류방안에 합의할수 있었으면 한다.

요컨대 정상회담에서 핵투명성과 남북경협의 가시적인 결과, 그리고
대화와 접근방식의 포괄적인 원칙의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비록 지금 출발점에 서있지만 가능한 것에서 부터 점진적으로, 그리고
인내와 포용력을 갖고 양보와 협력의 자세로 세계에는 민족적 자존과
위엄을, 우리에게는 민족통일과 번영의 기틀을 제공할수 있는 "화합의
교향곡"을 듣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