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SK(주) C&C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초청해 ‘에이브릴 블루밍 데이’ 행사를 열었다. SK(주) C&C는 이 행사에서 개발자들에게 한국어 기반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일부 공개했다. SK(주) C&C 제공
지난 3월 SK(주) C&C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초청해 ‘에이브릴 블루밍 데이’ 행사를 열었다. SK(주) C&C는 이 행사에서 개발자들에게 한국어 기반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일부 공개했다. SK(주) C&C 제공
SK(주) C&C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에이브릴(Aibril)이 한국어 학습을 마치고 이르면 6월 말 정식 출시된다. 형식이 일정하지 않은 비정형 한국어 데이터를 분석하는 에이브릴은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를 시작으로 국내 금융과 유통업체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한국어 AI 시대 본격 개막

한국말 다 배운 SK AI '에이브릴'…이달 말 출격
이문진 SK(주) C&C 에이브릴 사업본부장(상무·사진)은 6일 “한국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AI 시스템은 이미 완성 단계”라며 “이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초엔 에이브릴 한국어 버전을 정식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릴은 AI와 brilliant(눈부신)의 합성어다. 이세돌, 커제 9단과의 대국으로 유명한 구글의 ‘알파고’보다 4년 앞서 출시된 IBM의 AI 시스템인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글로벌 기업이 구축한 AI 시스템 중 가장 먼저 한국어 학습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브릴의 첫 고객은 SK그룹 계열사다. 정식으로 한국어 에이브릴이 출시되기 전이지만 SK(주) C&C가 계열사와 함께 추진 중인 프로젝트만 30여 건에 달한다. SK하이닉스와는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의 이미지와 생산시설 관련 한국어 비정형 데이터 등을 활용해 반도체 불량률을 낮출 계획이다. 독자적인 기술로 AI 음성비서 ‘누구’를 선보인 SK텔레콤에도 에이브릴의 기술을 적용한다. 영어권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에 들어가는 ‘두뇌’로 에이브릴을 활용할 계획이다.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엔 미래 유가를 예측하는 시스템, SK엔카엔 중고차 가치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말 다 배운 SK AI '에이브릴'…이달 말 출격
금융과 유통 업종에서도 한국어를 배운 에이브릴에 관심이 많다. AI를 활용한 채팅로봇을 상품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부서에 배치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상무는 “에이브릴 챗봇은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서비스가 복잡한 보험과 증권 업종에 알맞다”고 말했다.

‘에이브릴 생태계’ 조성에 박차

SK(주) C&C의 AI 사업 전략은 ‘속도전’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경쟁사보다 AI의 한국어 학습이 빨리 이뤄졌다는 점을 활용해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업체의 AI 시스템도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 적용할 만한 수준까지 발전하려면 앞으로 1년 정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SK(주) C&C는 보고 있다.

서비스 범위가 넓다는 것도 SK(주) C&C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 상무는 “AI란 용어는 누구나 다 알지만 AI를 활용해 기업의 업무 효율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전문가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며 “AI를 산업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AI 토털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에이브릴 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하기 위해 다른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계획도 공개했다. SK(주) C&C는 50여 곳의 중견 SI 업체와 에이브릴 사업 공조를 시도하고 있다. SK(주) C&C가 관리하기 힘든 중소기업에 에이브릴을 이식하는 역할을 중견 SI 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