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끄는 기업] 빅데이터로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 스마트팩토리로 공정 효율성 ↑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4년 국내에서 소개된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인공지능(AI)과 인터넷, 신재생에너지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예언했다. 생산력이 극대화되고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은 크게 떨어져 경제의 전반적인 가치 사슬이 새롭게 짜여질 것으로 봤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서도 주요 기업들이 그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는 이유다.

◆빅데이터 통한 서비스 혁신

주요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대응으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빅데이터의 활용이다. 과거에는 수치화하기 어려웠던 축적된 경험이나 노하우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작업이다.

효성ITX가 내놓은 빅데이터 분석·관리 솔루션 ‘익스트림VOC’가 대표적이다. 익스트림VOC를 이용하면 기업에 상담을 요청한 고객을 유형별로 나누고 문의 내용 키워드나 쟁점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음성대화를 문자로 전환해 저장하고 상담 과정에서 나타난 고객의 감정 흐름까지 놓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도 판매부터 최종 서비스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모이는 데이터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공항 수속 절차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창원 본사와 서울 사무소에 발전소 운영 관련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화한 뒤 이를 토대로 발전소 효율 향상에 나서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발전소를 원격 관리하고, 고장 예측 분석 시스템도 갖췄다.

◆기기와 서비스 연결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커넥티드도 중요한 혁신 요소다.

GS칼텍스는 최근 LG유플러스, 신한카드, 오윈 등과 함께 커넥티드카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커넥티드카 얼라이언스’를 설립했다. 이동 수단을 넘어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인 자동차와 갖가지 서비스 영역을 연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GS칼텍스는 전국 2500여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에게 쾌적한 주유 환경을 제공하는 미래형 스마트 주유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위치확인시스템(GPS), 지리정보시스템(GIS), 무선인터넷 등을 결합한 텔레매틱스 시스템(TMS)을 내놨다. 각 장비에 장착된 단말기로 작업 중인 굴삭기 위치와 가동 상황, 엔진과 유압계통 등 주요 부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는 다른 모바일 기기로 전달할 수도 있고 모바일 기기로 장비를 제어할 수도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KT와 공동 개발한 ‘해상안전 IoT 재킷’과 ‘산악안전 IoT 재킷’으로 커넥티드 기술이 일상 깊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해상안전 IoT 재킷은 평소에는 일반 점퍼처럼 입고 있다 갑자기 물에 빠지면 수압감지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구명튜브가 부풀려진다. 산악안전 IoT 재킷은 옷 앞판 하단에 있는 센서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포착해 위기상황을 확인한 뒤 통신 센서를 통해 구조자 위치를 알려준다.

◆스마트팩토리로 생산 혁신

기존 산업 생산시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구축도 대세다. 포스코는 생산 최적화와 원가 감소를 위해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방한한 제프리 이멜트 GE(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직접 만나기도 했다. GE의 스마트팩토리 설비 능력과 포스코의 철강 전문 지식을 결합해 소재, 에너지, 건설까지 아우르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하기 위해서다.

한화큐셀도 지난해 생산을 시작한 충북 진천 태양광 셀 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지향하는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적용했다. 생산 실행과 품질 관리, 창고 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오류를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는 무인화 설비를 적용했다. 설비와 물류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관제 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