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돌리고 싶어도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엊그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활성화 입법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대토론회’에서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은 국회에 파견법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소 제조업체 경영자는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는 제조업체엔 생산직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파견제를 포함해 어떤 제도건 빨리 시행해 인력난에 숨통을 틔워달라”고 호소했다.

현행 파견법은 비정규직 증가를 막는다는 취지로 근로자 파견을 32개 업종, 192개 직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허용기간은 최대 2년, 계약 갱신횟수는 1회로 국한된다. 업계에서는 파견법이 고용 유연성에 걸림돌이며,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이 대기업의 40배에 달하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2012년 4.6%에서 지난해에는 11.5%, 내년에는 14.1%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파견법 개정안은 뿌리산업과 고소득 전문직,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뿌리산업에 파견근무를 허용하면 최대 3만6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노동개혁입법 중 기간제법은 제외하더라도 파견법 개정안이라도 국회에서 꼭 처리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그래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파견법 국회 통과는 기약이 없다. 야권은 “악법 중 악법이며 노동자의 권리와 지위가 모두 열악해진다”며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그나마 정치권은 총선 공천 싸움에만 매달려 파견법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여당이 소집한 3월 임시국회는 여태 의사일정도 못 잡고 있다. 24~25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하면 아예 19대 국회에서는 법안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이 “선거기간 3~4개월이 잃어버린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겠는가. 민생과 경제는 안중에도 없고 권력투쟁만 난무하는 이런 정치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