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유기풍 총장은 "무크가 대학교육의 근본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 변성현 기자
3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유기풍 총장은 "무크가 대학교육의 근본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 변성현 기자
[ 김봉구 기자 ] “대학교육의 근본적 위기는 입학자원 감소보다 대학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무크(MOOC: 대규모 개방형 온라인 강의)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지난 3일 학교 집무실에서 만난 유기풍 서강대 총장(사진)은 대학의 위기를 인구구조 측면보다 ICT(정보통신기술) 발달형태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대학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되풀이 강조됐지만 유 총장처럼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었다.

무크는 마음만 먹으면 하버드대나 MIT(매사추세츠공대) 수업도 들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능을 한다.

“무크는 누구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강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열린 네트워크가 핵심이에요. 틀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겁니다. 그런데 국내 대학들은 어떻습니까? 변화에 너무 소홀했죠. 아직도 대학을 ‘외부 세계와 단절된 학문의 장’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유 총장은 “냉정하게 말해 지금껏 국내 대학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어장벽 덕분”이라며 “하지만 곧 실시간 더빙기술이 접목되면 영어권과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다. 무크로 전세계 대학이 연결되고 강의콘텐츠가 공유되면 학생 입장에선 어느 교수가 강의를 잘하는지, 어떤 강의가 도움이 되는지 다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연결’과 ‘개방’이 속성인 무크가 촉매가 돼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대학교육 혁신이 일어날 것이란 얘기다.

유 총장은 “무크가 확산되면 교수 중심 일방향 주입식 교육에서 학생 중심 양방향 소통교육으로 변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학생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접하게 된다. 자연히 교수의 역할도 프로페서(professor)에서 방법론을 가르치고 길잡이를 해주는 멘토나 큐레이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풍 총장은 "대학 핵심역량을 제외한 분야의 아웃소싱과 협업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변성현 기자
유기풍 총장은 "대학 핵심역량을 제외한 분야의 아웃소싱과 협업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변성현 기자
이렇게 되면 대학은 핵심역량을 제외한 학문분야를 아웃소싱(외주)과 협업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 그는 벤처창업 이력을 지닌 이공계 교수답게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혁신)’ 관점의 해법을 내놨다.

예컨대 A대학의 법학분야, B대학의 공학분야가 특성화돼 있다면 대학간 네트워킹으로 오픈 플랫폼을 만든다. 그리고 이 플랫폼에 들어온 대학의 학생들은 A대학에서 법학을, B대학에선 공학을 배우면 된다.

기존 학위 같은 자격증은 중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4년간 대학 커리큘럼을 1년 안에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남는 시간엔 빅데이터,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등의 핵심콘텐츠를 심도 있게 배우는 식으로 대학교육의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이다.

유 총장이 이달 회장으로 취임한 서울총장포럼의 ‘공유대학’(가칭) 프로그램이 이런 모델이다. 23개 대학이 네트워크를 구축, 학생들이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선택해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공유대학을 “오픈 이노베이션 실행을 위해 시스템을 여는 작업”이자 “우리 대학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시도”라고 표현했다.

“ICT 혁명이 교육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옵니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전통적 의미의 대학들은 함께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버드대 같은 1등 대학은 예외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외의 대부분 대학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섬뜩한 얘기죠. 확실한 건 더 이상 우리 대학, 너희 대학 따질 때가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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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