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이냐 미국이냐, 길을 잃은 한국 외교
결국 1월 중 가서명 얘기는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중국 측에서 시간이 더 필요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그 이유가 뭔지 정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중국은 느긋한데 오히려 우리가 안달이 났다. 한국을 FTA라는 고리로 묶는 데 일단 성공한 중국으로선 ‘화장실 왕서방’이 되고 말았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오는 3월이면 잠정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중 FTA 합의 후 뒤늦게 TPP 협상에 참여해 보려고 미국에 타진했지만 돌아온 답은 협상이 다 끝난 다음에나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결국 한·중 FTA에서는 중국에 당하고, TPP에서는 미국에 소박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FTA만이 아니다. 한국의 외교정책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누차 한국의 진로와 동북아 평화는 한·미 간 혈맹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을 드러내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걱정스럽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