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인 아라뱃길(김포~인천 서해)을 오가는 유람선의 여의도 정박을 허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아라뱃길과 맞닿은 서해뱃길(여의도~김포)을 백지화한데 이어 유람선 정박을 불허하면서 지난 25일 개통한 아라뱃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아라뱃길을 오가는 유람선이 여의도 선착장에 정박하려면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2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업체로부터) 아직까지 정식 요청이 접수되지 않았지만 공식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시 소유 선착장엔 정박 허가권을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아라뱃길이 임시 개통한 이후 여의도에서 출발해 덕적도 등 인천 연안 섬을 오가는 60급 유람선은 1주일에 평균 1회씩 시범 운항했다. 아라뱃길이 정식 개통하면서 해당 구간도 운항 횟수를 늘릴 계획이었다.

여의도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용선착장과 민간사업자인 C&한강랜드가 운영하는 선착장 등 선착장이 두 곳 있다. 현대해양레저(주)가 선사인 아라뱃길 유람선은 지금까지 C&한강랜드 선착장에 정박해 승객을 태웠다. 문제는 두 선착장 모두 소유주가 서울시라는 점이다. 소유권이 서울시에 있기 때문에 C&한강랜드 선착장에 다른 선사 소유의 배가 정박할 때는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시 관계자의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C&한강랜드 말고 다른 선사 소유 배가 다니는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속내는 선사 소유주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아라뱃길 유람선 정박을 불허하겠다는 얘기다.

한강은 중앙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이다. 100 이하 소형 유람선이 아라뱃길과 한강을 오가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시가 유람선의 여의도 정박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사실상 유람선 운항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아라뱃길 운영·관리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 유관기관이 협의해 아라뱃길 유람선 운항권을 허가해줬다”며 “운항권이 허용되면 당연히 정박권도 인정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라뱃길이라는 국가 사업에 도움은 못줄 망정 훼방을 놓는 처사”라며 “유람선 정박이 실제로 금지되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서해뱃길은 김포와 여의도를 잇는 한강주운기반 조성사업이다. 정부가 추진한 아라뱃길과 연결, 688급 대형 크루즈선을 활용해 중국 관광객을 서울까지 뱃길로 끌어들인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서해뱃길은 대표적인 전시·홍보성 토목사업”이라고 비판하며 올해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고, 이달 중순께 사업 백지화를 확정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