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씨(32)는 얼마 전 5년간 다니던 하드웨어 솔루션 업체를 그만뒀다. 대신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어도비 '플래시' 기반의 소셜 게임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다 스마트폰 분야의 시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사람도 요즘 아이폰용 앱 개발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몇 달 뒤 스마트폰용 게임 회사를 창업하는 게 두 사람의 목표다.

앱 개발이 새로운 '금맥'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 바람을 타고 젊은 창업자들을 포함한 많은 개발자들이 앱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씨가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배우는 곳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동에 위치한 SK텔레콤 'T아카데미'.이곳은 SK텔레콤이 지난달 29일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양성을 위해 개설한 무료 교육시설이다. 16일 T아카데미 2층의 한 교실 문을 열자 김씨를 비롯해 20명의 학생들이 각자 자리에서 바쁘게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다. 앳된 얼굴의 여대생부터 주부,반백의 중년 남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승진씨(41)는 약 20년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프로그래머 기획자 등으로 일한 베테랑이다. 장씨는 빡빡한 교육과정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드는 날도 잦다고 했다. "안드로이드 OS는 기술만 있으면 돈이 들지 않아 1인 개발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며 "IT업계에서 나이가 든 프로그래머는 기획 등 후방 업무로 빠지는 게 관례였는데 새롭게 일선에서 뛸 수 있다니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장씨는 현재 기업용 앱을 위주로 신제품 구상에 열중하고 있다.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인 주부 이상미씨(38)도 "남편과 농담 삼아 지금 받고 있는 교육을 '미래의 밥줄'이라 말하기도 한다"며 안드로이드 앱 시장 성장에 기대를 나타냈다.

숭실대 미디어학부 4학년생인 천은진씨(23)는 이번 10주짜리 교육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했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 능력은 취업할 때 유리한 '스펙 '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이날 강의를 맡은 박성서 소셜&모바일 대표(32)는 2008년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 챌린지 1'에서 입상한 유명 개발자다. 국내 최대 안드로이드 개발자 커뮤니티인 '안드로이드펍'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박 대표는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휴대폰이 하나둘 출시되면서 개발자들이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안드로이드 앱 개발 프로그램(SDK) 다운로드 수가 3위에 이를 정도로 국내 프로그래머들의 관심이 높지만 '실물'이 유통되지 않아 실제 개발은 미진했다는 설명이다.

T아카데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후종 SK텔레콤 서비스기술원장은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외부 개발인력이 필수적이어서 지난해부터 T아카데미 개설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T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은 전액 무료이며 앱 개발뿐만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 · 게임 · UX(사용자 경험) 등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전문기술이 모두 포함돼 있다. SK텔레콤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심사 후 교육받을 수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