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혁 진씨커 대표가 유전자가위 기반 암진단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예성혁 진씨커 대표가 유전자가위 기반 암진단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한국의 AI(인공지능) 신약개발과 유전자치료제, 이중항체,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들을 만나고 싶다.”

일본 최대 규모 임상시험수탁기업(CRO)인 시믹(CMIC)의 요청으로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7개사가 17일 일본 도쿄 소재 시믹 본사를 찾았다. 현지 기관투자자로부터의 투자유치는 물론 일본 업체와의 협업으로 현지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국내 벤처캐피털(VC) UTC인베스트먼트와 시믹의 공동주최로 ‘UTC 한일 스타트업-벤처 인큐베이션 이벤트’가 이날 시믹 본사에서 열렸다. 한국 VC와 일본 CRO가 공동으로 주최한 첫 행사다. UTC인베스트먼트의 투자포트폴리오사 7개사와 일본 현지기업 30여개사가 이날 현장을 찾았다. 기업설명(IR) 일정 이후엔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간의 매칭 행사가 열렸다.

국내 행사 참여기업으로는 UTC가 투자한 바이오기업 약 80개사 중 노보렉스, 진씨커(GeneCker), 씨티셀즈, 엣지케어, 알지노믹스, 올라운드닥터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등 7개사가 선정됐다. 김승용 UTC인베스트먼트 이사는 “국내 기업의 의사보다도 시믹의 요청이 최우선으로 반영됐다”며 “일본 현지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 기업들로 엄선했다”고 말했다.

가령 노보렉스는 AI신약개발 기업이며 알지노믹스는 유전자치료제 개발 업체다. 씨티셀즈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진씨커는 유전자가위 기반 암 조기진단키트 개발업체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는 다중작용제 개발 플롯폼을 기반으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한다. 엣지케어와 올라운드닥터스는 의료기기와 디지털치료제 개발사다.

일본 현지에서는 항체약물접합체(ADC)를 개발하는 D사 및 전통제약사 O사 등 30여개사가 이날 현장을 찾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직접 참석이 어려운 기업은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을 통해서 참여했다.

기존 제약사 외에도 제약바이오 산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현지 기업들도 참석했다. 일본 한 제조성형업체는 이날 미팅에서 알지노믹스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IT업체 M사는 엣지케어와 올라운드닥터스와 네트워킹을 희망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필름 및 카메라업계 강자였던 후지필름이 바이오업계에 뛰어든 뒤 선전하면서 일본 전통기업들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UTC의 ‘가교 역할’로 국내 벤처기업과 일본 업계의 네트워킹은 이미 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포트폴리오기업 넥셀과 시믹이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독성·유효성 평가 모델 공동개발에 나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각국 허가기관은 동물의 희생이 필요한 동물시험을 인체 기관을 모사한 오가노이드로 대체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성종현 UTC재팬 대표는 “일본 현지기업과 국내 벤처기업의 접점을 늘림으로써 현지 투자 유치 및 기술이전(LO)을 가속화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