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서 열린 대한건설협회 출입기자단 워크숍.이날 협회의 권홍사 회장(반도건설 회장)은 출입기자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간담회 자리를 가지지도 못한 채 급히 서울로 향했다.

사정은 이랬다. 대주단에 가입신청을 한 중견건설업체 A사가 이날 오후 한 금융사로부터 "대출 만기된 100억원을 회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

대주단의 심사결과를 기다리며 한 시름 놓고 있었던 이 회사는 예상치 못했던 '날벼락'에 당황하다 소속 단체장인 권 회장에게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권 회장은 기자들과의 약속도 뒤로 미룬 채 이날 밤 해당 금융사 등과 함께 긴급회의를 열었다. 다행히 금융사가 채권회수기간을 연장키로 했지만 해당 건설사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건설사를 살린다고 내세우는 대주단의 본색이 드러나는 단적인 예"라는 반응이다. 이번 대주단 가입신청과 관련해 건설사들은 가뜩이나 금융권에 대해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사업 잘 될 때는 너도나도 달려와 돈 빌려쓰라고 읍소하더니 경기 안 좋아지니 마치 점령군처럼 군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주단 가입을 신청해 회생의 길을 찾는 건설사에 바로 '비수'를 들이대는 행태는 "비오는 날 우산을 뺏는 작태"라는 주장이다.

물론 돈을 떼일 리스크가 있는 금융권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금융사들은 부실 정도가 큰 건설사가 대주단 가입을 신청하는 데 대한 고충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은 건설사들이 진행해온 주택사업에 브리지론(단기대출)이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등을 동원하면서 적지 않은 이익을 올렸다. 그만큼 건설업계의 위기극복에 동참해야 할 명분이 남다르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실한 기업이 다른 회사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일부러 대주단에 가입하는 사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잡아먹더라도 업계에 살이 붙은 후 잡아먹어달라"는 한 건설사 관계자의 얘기가 귓가에 맴돈다.

임도원 기자 건설부동산부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