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 논설위원.경제교육연구소장 >

투자부진이 우리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좌파 선동가들조차 여기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겨우 토를 단다는 것이 "해먹을 것이 없어 그렇지 정책이 잘못되어 투자를 안하냐"는 볼멘소리다.

그렇다.

해먹을 것으로 따지면 이 나라에선 바다이야기 밖에 남은 게 없다.

죽어가는 투자를 살려보겠다는 다양한 처방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뉴딜을 제안하고 정부는 수도권 규제 등 덩어리 규제를 풀어보겠노라고 때늦은 생색이다.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기업하려는 의지,경제하려는 정신 자체를 공격하고 있는 좌파책동을 깨부수지 않으면 소위 자본가들의 투자파업을 해결할 수 없다.

시대착오적 좌파 책동은 언제나 '시장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서' 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 본질과 정체를 숨기고 있다.

좌파들은 이미 환경·노동 분야에서 확고한 대중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어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경제가 이대로 죽어가는 것을 두고볼 수만은 없다면 다급한 몇 가지 조치들이 필요하다.

한국 자본주의를 죽이고 있는 넘쳐나는 반기업 법제들을 해체하지 않으면 투자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

기업은 인정하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본가 없는 자본시장을 획책하며(투기꾼은 날뛰는), 경영을 사회화하려는 온갖 악법들을 철폐하는 것이 먼저다.

그 중에서도 금산법 24조, 출자규제, M&A제도는 자본투자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3대 악법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고 있는 금산법 24조는 한마디로 언어의 장난이며 재빠른 손놀림으로 어리석은 행인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야바위다.

금융회사의 지배력을 5%와 20%로 제한한 이 법 조항은 미국 은행법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은행'이라는 말을 슬쩍 "금융회사"로 바꿔쳤을 뿐 내용은 같다.

미국이 굳이 이 조항을 만들어 은행의 산업지배를 막고자 한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은행의 신용창출력 때문이다.

은행은 스스로 신용을 창출하는 능력-다시 말해 돈을 찍어내는 것과 같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무한 출자를 허용할 경우 산업 전체를 지배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은행'을 '금융회사'로 슬쩍 바뀌치기 하면서 보험과 카드사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이 금산법 24조다.

삼성그룹이 엉뚱하게도 이 야바위에 걸려들어 혼줄이 나고 있는 중이다.

출자규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출자와 투자가 다르다는 말장난을 공정위는 지금껏 되풀이하고 있다.

개명천지 다른 나라에 이런 규제가 없는 것이 출자와 투자를 구분하지 못해서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지금 이것을 고치라니까 순환출자 규제라는 또 하나의 손놀림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마술 챔피언 이은결도 흉내내지 못할 손놀림이다.

영어로 '피라미드'라고 부르는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나라가 지구에는 없다.

좌파들은 "재벌도 다른 나라에 없다"고 반박할 테지만 우리가 아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지분구조는 B4용지 한 장에 미처 줄을 다 긋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우리 기업만 문제덩어리'식의 자기학대는 접어두고 직접 한번 그어 보시기를.

기업 소유권을 해체하고 공격하는 법률이라면 우리나라는 또한 포식자의 천국이다.

이처럼 허망하게 기업을 뺏길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대학 교수요 경영대학장까지 맡고 있는 분이 그 바쁜 와중에도-아마 매우 바쁠 것이다- 기업 경영권을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다.

천사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벅셔 헤서웨이만 해도 대주주 의결권은 주당 200개다.

외국의 어떤 기업은 대주주가 오직 한 주만으로도 모든 주총결의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런 경영권 보호 장치를 우리나라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증권시장은 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빨아들이는 하마가 되고 말았다.

상장기업은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와 배당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니 투자는 당연히 부진하다.

투자를 살리려면 이들 반기업 악법을 철폐하는 것이 먼저다.

소유권은 자본주의의 정신이요 정조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