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 걷기의 재해석(10) - 동네 걷기

     어디를 걸을까 – 동네 한 바퀴 내가 사는 동네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큰 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 때나 아무것도 들지 않아도 된다. 그저 신발만 신고 집 밖을 나서면 바로 동네 여행이 된다. 안암동에서 한 50여 년을 살았다. 고향도 호적상 고향인 충청도 예산에서 성북구 안암동으로 바꾼 지 오래다. 안암초등학교부터 경동고등학교는 반경 1킬로 안에 있고, 아파트에 가려진 삼선중학교 빼고는 집에서 보면 다 한눈에 들어온다. 범위를 좀 넓히면 뒤로는 개운산, 앞으로는 낙산 성곽과 성북천이 있다. 성북천은 성북동에서 왕십리 청계천까지 연결되어 있다. 쇼핑하거나 외식할 일이 있으면 돈암동 성신여대의 거리로 간다. 골목마다 어릴 적 추억이 있고, 현재 내 삶의 무대이기도 하다. 동네 여행은 공간적 여행이자 추억으로의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안암동, 동선동, 그리고 삼선동 일대의 변화를 보아왔던 나로서는 그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집에서 가장 먼 거리였던 중학교는 직선거리로 1Km, 걸어서 20~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복개된 개천 위에 있던 아파트가 헐리고, 똥물 흐르던 성북천이 깨끗해진 것을 보고는 마치 하늘이 개벽하는 것처럼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걷다 보면 저 집은 누구네 집이었고, 저기에는 문방구, 중국집이 있었던 자리인데 아는 후배가 하는 식당으로 바뀐 자리도 알고 있다. 추운 겨울에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동네 아저씨가 파는 순두부를, 늘 붙어 다니던 친구와 작고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담겨진 순두부를 호호 불며 먹던 자리도 어렴풋이 기억해낸다. 지난 50여 년간 거의 변화 없이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오던 보문시장이 재개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