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법리는 이론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대표적인 부동산 법리 중 하나이다. 그 때문에 다른 어느 분야에서보다도 대법원 판례량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동안 전원합의체 판결선고를 통해 판례변경과 법리에 대한 정리도 잦았다. 그 와중에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수탁자가 임의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횡령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어 관련법리를 다시 정리해보게 되었다.



★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횡령죄는 보관하던 타인 소유의 재물에 대해 성립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명의신탁 부동산이 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것인지 여부에 따라 범죄성립 여부가 판단되어진다. 그 때문에 명의신탁 유형에 따라 범죄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되어졌다.

우선, 양자(2자)간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수탁자 앞으로의 등기명의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 부동산 소유권은 수탁자가 아니라 신탁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는 횡령으로 인정된다.



★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 【사기·횡령】

신탁자가 그 소유 명의로 되어 있던 부동산을 수탁자에게 명의신탁하였는데 수탁자가 임의로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수탁자가 타인에게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다시 다른 저당권을 임의로 설정하거나 이를 넘어서 임의로 매도해버리는 행위를 했을 때, 이들 여러 행위들은 기존 저당권설정이라는 횡령행위와 별개의 범죄행위가 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다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 대법원 2013. 2. 21.선고 2010도10500 횡령

1.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그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다(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참조).
그리고 일단 특정한 처분행위(이를 ‘선행 처분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이를 ‘후행 처분행위’라 한다)가 이루어졌을 때, 그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 대법원 1997. 1. 20. 선고 96도2731 판결,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3282 판결, 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5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6도3636 판결,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5도8699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000은 1995. 10. 20.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위 종중 소유인 파주시 00면 00리 338-181 답 2,337㎡, 같은 리 338-124 답 2,340㎡(이하 위 두 필지의 토지를 합하여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명의신탁받아 보관하던 중 자신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기 위한 돈을 차용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95. 11. 30. 채권최고액 1,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2003. 4. 15. 채권최고액 750만 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한 사실, 그 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2009. 2. 21. 이 사건 토지를 이00에게 1억 9,300만 원에 매도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행위는 선행 근저당권설정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피고인들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의 이 사건 토지 매도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다음은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은 계약명의신탁관계를 매도인이 알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수탁자 앞으로의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지 않고 유효로 인정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법 제4조 제2항), 제3자의 선의 여부에 따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지만 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에 따른 물권변동은 유효이어서, 결국 수탁자는 매도인 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보고,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판례).



★ 대법원 2009.9.10. 선고 2009도4501 판결 【횡령】

--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및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이름으로 경료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유효하고, 한편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므로, 결국 수탁자는 전 소유자인 매도인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1990. 1. 중순경 피해자 공소외 1과 공동으로 이 사건 임야를 공소외 2 명의로 매수하되 피해자는 그 중 이 사건 임야 지분인 495㎡ 상당(약 150평)을 매수하는 것으로 약정하였고, 그 약정에 따라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같은 해 4. 중순경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이 사건 임야 지분 매수대금 명목으로 3,200만 원을 지급받은 후 1997. 4. 29.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피고인이 2004. 8. 9.경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손실보상금 2억 7,606만 원을 받아 이 사건 임야 지분에 해당하는 4,257만 원 상당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이를 마음대로 개인용도에 소비하여 횡령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 지분을 공소외 1을 위하여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부동산등기부상 공소외 3의 소유로 등재된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1991. 8. 1. 공소외 2 명의의 1991. 7. 30.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이어 1997. 4. 29. 피고인 명의의 1997. 4. 26.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공소외 1과 피고인은 1990. 1. 중순경 공소외 1은 이 사건 임야 지분을 매수하고, 피고인은 나머지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기로 약정하였고, 공소외 1은 그때부터 1990. 4. 중순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임야 지분 매수대금으로 합계 3,200만 원을 지급한 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2로 하여금 1991. 7. 30. 무렵 공소외 3과 이 사건 임야 매수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후 공소외 1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공소외 2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는데, 공소외 3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이 사건 임야의 실제 매수인이라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공소외 2 역시 공소외 1이 이 사건 임야 지분의 실제 매수인이라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하였던 사실, 그 후 1997. 4.경 피고인이 공소외 2와의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가 이 사건 임야 지분의 실제 매수인이 공소외 1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야 지분에 관한 피고인 명의의 물권변동은 유효하고,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의 이 사건 임야 지분에 관한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므로, 결국 피고인은 신탁자인 공소외 1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이 사건 임야 지분을 취득하였고, 따라서 이 사건 임야 지분에 관한 한 피고인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 지분을 공소외 1을 위하여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속단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 사건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위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계약명의신탁에서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배임죄의 죄책도 인정치 않고 있다(판례).



★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도6994 판결 【업무상배임】

【판시사항】
[1] 이른바 매도인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수탁자가 계약명의신탁의 약정에 따라 취득한 부동산에 대하여 신탁자의 반환요구를 거절하고 수탁자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하여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이유】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그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완전히 취득하고 단지 신탁자에 대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의무만을 부담할 뿐인바, 그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의무는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수탁자가 신탁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통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아니라, 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인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자와 수탁자 간에 명의신탁약정과 함께 이루어진 부동산 매입의 위임 약정 역시 무효라고 볼 것이어서 수탁자를 신탁자와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신탁자를 위하여 신탁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신탁자의 허락 없이는 이를 처분하여서는 아니되는 의무를 부담하는 등으로 신탁자의 재산을 보전·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수탁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할 것이고(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2722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도2785 판결 참조), 이러한 계약명의신탁의 법리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대하여 신탁자가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 이전에 해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명의신탁의 약정에 따라 체결한 분양권매수 계약에 기하여 취득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수분양자로서의 지위 및 그 분양권 관련 서류에 대한 수분양자로서의 권리는 피고인 자신의 사무 또는 권리라 할 것이므로 신탁자인 피해 회사의 반환 요구를 거절하고 피고인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하여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반대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사실을 알고 있는, 즉 악의인 경우 수탁자의 형령죄 처벌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다.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관계는 수탁자와 매도인간의 매매계약은 무효이고 그 물권변동도 무효이어서 수탁자 앞으로의 등기명의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따라서, 수탁자의 입장에서는 타인 소유가 되어 횡령죄 성립가능성이 있게 된다. 그 때문에 학설상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대법원판결은 부정설을 취하고 있다( 이 판결은, 피해자를 명의신탁자로 하여 횡령으로 공소제기된 사안에서 횡령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지만, 판결이유에서 명의신탁자는 물론 매도인에 대한 횡령, 배임죄 성립을 모두 부정하고 있는 점에 특징이 있다).



★ 대법원 2012. 11. 29.선고 2011도7361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2168 판결 참조),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대금 등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2722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455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경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이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그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고, 그가 제3자와 사이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신임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그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또는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심00이 천안시 서북구 00리 279-4 밭 2,92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도하면서 매매계약 당시 실제 매수인은 이 사건 피해자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이 사건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뿐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사실인정을 한 다음,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00농업협동조합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명의신탁 약정은 매수인 측의 명의신탁 약정 사실을 매도인이 알면서 명의수탁자와 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심00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그와의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달리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횡령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이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였지만, 2016. 5. 19.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판례가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16. 5. 19. 선고2014도6992 횡령 (사) 파기환송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 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등을 폐기하고,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수탁받은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대하여 임의로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피해자인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안임



아래에서는 횡령죄로 인정해왔던 판결 중 대표적인 두 개를 소개한다.



★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횡령】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3. 5. 9.선고 2013도2857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 3자간 등기명의신탁관계에서의 수탁자가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신탁자에 대한 횡령행위가 되는 것을 전제로, 횡령한 액수가 쟁점이 된 사안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이라 한다) 위반(횡령)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2년경 피해자 박00과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피해자가 매수한 남양주시 와부읍 00리 255 전 1,931㎡ 등 토지 9필지와 건물 1채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2005. 6. 10. 피해자로부터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임의로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각 채권최고액 266,000,000원, 근저당권자 와부농업협동조합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각 마쳤는데, 당시 위 00리 255 등 토지 7필지의 시가는 합계 724,379,000원이었고, 나머지 2필지와 건물 1채의 시가는 미상이었던 반면 위 각 부동산에는 2004. 2. 13. 채권최고액 434,000,000원, 근저당권자 와부농업협동조합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었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2005. 6. 10.경 220,000,000원의 피담보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위 시가 상당액에서 220,000,000만 원을 공제한 가액 상당인 위 각 부동산을 횡령하였다’라는 것으로서, 제1심은 특경가법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55조 제1항을 적용하여 특경가법 위반(횡령)의 죄책을 인정하였고, 원심도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유지하였다.

나. 그런데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고 재물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는 데 비하여, 횡령으로 인한 특경가법 위반죄에 있어서는 횡령한 재물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횡령한 재물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 및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특경가법 제3조 제1항의 적용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는 방법으로 위 각 부동산을 횡령함으로 인하여 취득한 구체적인 이득액은 위 각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이 사건 범행 전에 설정된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이 아니라 위 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피담보채무액 내지 그 채권최고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이득액은 5억 원 미만이므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더 이상 특경가법 제3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위와 같은 피담보채무액 내지 채권최고액을 이득액으로 산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담보로 제공한 위 각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을 기초로 이득액을 산정한 원심판결에는 특경가법의 이득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수탁된 부동산에 대한 임의처분에 대해서는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과 달리 계약명의신탁에 대해서는 부정해오던 것이 판례의 입장이어서 그동안 처벌여부를 둘러싸고 명의신탁 유형이 둘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하지만, 3자간등기명의신탁 수탁자에 대한 횡령죄 성립을 부정한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선고로 두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구별의 실익은 없다고 보여진다).



★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횡령】

☞ 강학상 계약명의신탁 중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안 경우라고 인정하여 수탁자의 부동산 처분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전제가 된 부동산 명의신탁관계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또는 삼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심은,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매수인 명의는 피고인 단독 명의로 하기로 하고 위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황보문구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사실인정한 다음 이 사건 명의신탁이 강학상 계약명의신탁 중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안 경우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의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고 있으나, 그 전제가 되는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강학상 계약명의신탁이라 함은 신탁자가 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수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등기를 수탁자 앞으로 이전등기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인데,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여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부동산 지분에 관하여까지 피고인이 매수 당사자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은 원래 황보문구의 소유이었는데 조영제가 임의경매절차에서 1996. 7. 12. 이를 낙찰받아 같은 해 8. 21.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이에 황보문구가 그 즈음 조영제에게 위 부동산을 자신에게 다시 매도해 줄 것을 요청하여 조영제와 사이에 위 부동산을 재매수하기로 약정하고 김부경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합계 금 4,000여 만 원을, 김부경을 통하여 유문학으로부터 금 1,000만 원을 각 빌려 조영제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한 사실, 황보문구는 김부경 등으로부터 위와 같이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변제기까지 갚지 못하면 위 부동산의 소유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다가 1996. 11.경 정해진 변제기를 지나도록 차용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결국 채무 금 5,000만 원 대신 김부경에게 위 부동산을 넘기기로 한 사실, 한편 김부경이 황보문구에게 빌려준 돈에는 김부경이 피고인으로부터 빌린 금 1,000만 원과 김흥철로부터 빌린 돈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김부경은 김흥철로부터의 차용금을 갚아야 할 사정이 생기자 피고인에게 투자를 권하여 금 2,000만 원을 추가로 받으면서 피고인과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투자된 합계 금 5,000만 원 중 금 3,000만 원을 피고인이 투자한 것으로 정리하였고, 또한 유문학 사이에서도 황보문구에게 빌려 주었던 위 금 1,000만 원을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에 투자하는 것으로 하기로 약정한 사실, 김부경은 피고인 및 유문학과 사이에 등기를 편의상 피고인 단독 명의로 해두기로 각 약정한 다음 1998. 4. 8. 황보문구의 협조를 받아 조영제로부터 등기서류를 받아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위 소유권이전의 약정 및 이전등기의 과정에서 황보문구와 매수인 사이에 계약서 등이 작성된 일은 없으나(수사기록 68쪽에 조영제와 피고인을 당사자로 하는 매매계약서가 나와 있으나, 이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위한 편의에서 작성한 허위의 계약서임이 분명하다), 황보문구는 위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이전부터 위 3인이 위와 같이 공동투자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만이 소유권이전등기의 원인행위가 된 매매계약의 매수인인 것으로 볼 수는 없고, 김부경이 조영제의 대리인인 황보문구로부터 매수하되 김부경과 피고인 및 유문학의 3인이 공동으로 매수한 것(피고인 및 유문학에 대한 관계에서는 대리인의 자격으로)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부경과 유문학의 지분에 관한 한 신탁자인 2인과 수탁자인 피고인과의 명의신탁 관계는, 신탁자가 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다만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수탁자 앞으로 직접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또는 삼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된 부동산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위에 관한 사실인정을 그르친 나머지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명의신탁 관계를 강학상 계약명의신탁 중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안 경우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거기에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정하는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인정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0.11.11. 선고 2008도7451 판결 【무고·횡령】

【판시사항】
[1] 신탁자와 체결한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가 계약당사자로서 선의의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수탁자가 형법 제355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당사자의 확정 방법 및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인 명의를 타인으로 한 경우 매매당사자의 확정 방법
[3]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의 권유로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수탁자를 매수인으로 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위 명의신탁은 수탁자가 계약당사자가 된 이른바 ‘계약명의신탁관계’로 보아야 함에도, 신탁자를 매수인으로서 실질적 소유자로 보아 수탁자가 위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받은 매매대금을 소비한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이 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토지는 공소외 1이 매수하여 피고인에게 명의를 신탁한 부동산이라고 판단하는 한편,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당시 피고인을 매수인으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토지는 피고인이 매수한 것이거나 적어도 계약명의신탁관계로 신탁된 부동산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여서, 피고인이 2006. 3. 15.경 이 사건 토지의 매수인 공소외 2로부터 그 매매잔대금 명목으로 합계 990만 원을 피고인의 농협계좌로 송금받아 공소외 1을 위하여 보관하던 중 그 무렵 임의로 소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토지가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피고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이라고 본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심이 위 명의신탁이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당사자로 확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여러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할 것이나(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22089 판결,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4059 판결 등 참조),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그 타인을 매매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48154, 48161 판결 등 참조).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의하면, 명의신탁자인 공소외 1은 피고인의 권유로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 6필지를 매수하기로 하였으나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지 못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었던 관계로 피고인에게 매수인 명의를 ‘공소외 3 외 2인’으로 하도록 하여 그와 같은 내용으로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었으나 공소외 3이 이를 거절함에 따라 피고인을 매수인으로 한 매매계약서가 다시 작성되어 위 6필지 부동산 전부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피고인은 위 매매계약 체결에 있어 매수인으로 관여하였으나 위 공소외 1은 계약 체결 당시 참석한 바도 없고 매수자금도 피고인에게 건네주어 피고인이 이를 매도인 측에 지급한 사실, 당시 매도인 측을 대리한 공부원은 피고인은 잘 알고 있으나 명의신탁자인 공소외 1 등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반면 피고인이 매도인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매매계약의 법률효과를 신탁자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확인할 수 없는바,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은 계약 체결 전·후의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매도인 측의 계약상대방으로서 매수인의 지위에 있는 자는 그 계약서에 표시된 대로 피고인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명의신탁은 신탁자인 공소외 1과 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인 피고인이 계약당사자가 된 이른바 계약명의신탁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이, 명의신탁자 공소외 1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으로서 실질적 소유자임을 전제로, 피고인이 그 매매잔대금을 소비한 행위가 위 공소외 1 소유 부동산 처분대금을 횡령한 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 판단의 전제가 된 재물의 타인성과 매매당사자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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