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롤드컵 우승을 달성한 데프트(김혁규) (출처 :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롤드컵 우승을 달성한 데프트(김혁규) (출처 :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지난 6일 T1과 DRX의 결승전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언더독’ DRX였다. LCK 4번 시드로 참가해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매 순간 기적을 써 내려온 DRX는 소년 성장 만화 같은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4번 시드 최초로 4강, 결승 진출에 이어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며 모든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2013년 데뷔 후 6번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지만 롤드컵 결승에 오르지 못했던 데프트(김혁규)는 7번째 도전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거머쥐게 됐다. 무려 3505일 만에 꿈꾸던 목표를 달성한 그의 행보는 그의 별명인 ‘원딜의 로망’을 넘어 낭만 그 자체였다. 데프트는 2014년 롤드컵 4강에 오른 뒤 2017년과 2019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에는 모두 롤드컵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7번의 롤드컵 여정에 올라 마침내 왕좌에 올랐다.

데프트는 경기 후 진행된 승리 팀 인터뷰에서 “LCK 스프링을 치를 때만 해도 우승할 수 있겠냐 물어봤을 때 솔직히 그렇게 말하기 힘들었다”라며 자신도 현재 이뤄낸 성취를 믿을 수 없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우승 팀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화제가 됐던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다시 답하며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년 계획을 묻는 말에는 “군 입대 문제가 있어서 확답은 힘들지만, 당장의 기분은 할 수 있으면 선수 생활을 더 할 것 같다”라며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데프트 뿐만 아니라 DRX의 남은 팀원들 모두 각자의 성장 스토리를 완성하며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게 됐다.
DRX 선수단 (왼쪽부터 킹겐, 표식, 제카, 데프트, 베릴)
DRX 선수단 (왼쪽부터 킹겐, 표식, 제카, 데프트, 베릴)
탑 라이너인 킹겐(황성훈)은 2021년 LCK 서머 시즌 꼴찌 팀 탑 라이너에서 1년 만에 세계 1등 자리에 올랐다. 결승전 5세트 접전에서 T1의 에이스로 꼽히던 제우스(최우제)를 상대로 단단한 활약을 펼치며 롤드컵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우승 인터뷰에서 그는 “신념과 마음가짐이 좋게 작용하면서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담담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정글러인 표식(홍창현) 역시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인터넷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씨맥(김대호) 감독에 의해 발탁돼 2020년 DRX 소속으로 LCK에 데뷔했다. 같은 연도에 롤드컵 8강에 진출해 잠재력을 보였고 데뷔 2년 만에 롤드컵 우승을 해냈다.

미드 라이너 제카(김건우)는 롤드컵 내내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며 최고의 루키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특히 8강 에드워드 게이밍(EDG)과의 경기에서 4번 연속 상대 미드를 혼자 잡아낸 장면은 앞으로도 영원히 회자할 명장면으로 꼽힌다.

데프트와 함께 DRX의 바텀 라인을 지킨 베릴(조건희)는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의 서포터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20년 담원 기아 소속으로 롤드컵 우승컵을 차지했던 그는 2021년에도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3번 연속 결승에 진출했고 두 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롤드컵 2회 우승을 달성하면서 SKT T1 소속이었던 전 프로게이머 울프(이재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롤드컵 4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노렸던 T1은 아쉬운 준우승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페이커(이상혁)는 마포고등학교 동창 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데프트의 우승에 대해 “데프트는 우승할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며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