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강남에서 벌어진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6개월간 치밀하게 계획해 피해자를 살해하고 암호화폐를 빼앗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남 납치·살해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28일 이번 범행을 주도한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와 공모자인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를 강도예비,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이경우의 부인인 허모씨(37)와 황대한의 지인 이모씨(24)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2020년 피해자 최모씨의 권유로 암호화폐 ‘퓨리에버코인’ 1억원을 구매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30억원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이 부부는 그 후 “최씨를 납치해 암호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범행 준비에 들어갔다. 부부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으로 7000만원을 건넸다. 그 후 범죄 준비 과정에서 황대한과 연지호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그해 12월부터 최씨를 미행하고 마취제, 주사기, 청테이프, 장갑 등 범행 도구를 마련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최씨를 납치한 뒤 마취제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주사기로 주입해 살해하고 시신을 대전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경우와 황대한은 범행일에만 1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원·이경우가 범행 후 최씨 계정으로 암호화폐거래소에 접속하려다가 실패한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두 사람이 최씨의 암호화폐를 가로채려 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침해 혐의도 적용했다. 이경우가 받은 착수금 7000만원에 대해선 추징보전명령을 받아 집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확보한 객관적 증거로 이번 사건이 6개월 이상 철저히 준비된 계획 범행이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