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무조권 상속권리 갖게되면 고인의 재산권 침해"...법원, 잇따라 위헌심판제청
유산을 상속할 때 배우자나 자녀 등이 물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강제한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법원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지난 20일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등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같은 조항에 대해 처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이모 씨(71)는 1998년 남편으로부터 논현동 아파트를 증여받고 2004년 역삼동 오피스텔을 본인 명의로 구입했다. 이후 논현동 빌라를 임차해 남편과 함께 거주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월 남편이 사망했다.

아들 김모 씨(48)는 부친이 논현동 아파트, 역삼동 오피스텔 매수대금, 논현동 빌라 임대차보증금과 그밖에 제주도 토지 및 상당한 금융자산 등을 모친과 누나 김모 씨(50)에게 증여했다며 모친과 누나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1977년 도입된 유류분 제도는 상속재산 중 직계비속(자녀·손자녀), 배우자, 직계존속(부모·조부모), 형제자매 등 상속인에게 일정한 몫이 돌아가도록 정한 제도다. 현행 민법상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만큼 유류분 권리가 인정된다.

재판부는 유류분제도가 농경사회, 가부장제 등을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라며 현대에 들어선 상속인과 피상속인 등의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농경사회의 자녀들은 7~8세가 되면 부모들의 농사일을 돕기 시작했고, 15~16세가 되면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노동을 하는 등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산업구조가 바뀌고 고등교유깅 일반화되면서 배우자를 제외하고 자녀들이나 형제자매가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토지 중심의 자급자족경제사회와 달리 현재는 개인의 노력으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가 소유,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평균수명이 연장돼 부모가 사망할 경우 자녀들은 대부분 40~50대로,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지 수십 년 지난 자녀들이 상속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사망하면서 아내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상속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 경우 자녀들이 모친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면서 유류분 제도가 입법 당시의 의도와는 반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현행 유류분 제도는 상속재산의 규모, 유족들의 기여, 부양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3분의 1, 2분의 1의 비율을 정해놨다"며 "법원이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해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으로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