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안착을 위해 편성한 내년 예산이 약 14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에 가중되는 부담을 덜어주고, 강사의 실질적인 처우를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강사법과 관련해 책정된 예산은 1398억원으로 집계됐다. 강사의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원을 위한 예산이 각각 577억원, 232억원 배당됐다. 강사 등 비전임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지원 사업은 54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일자리를 잃은 강사 및 신진연구자 등에게 강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예산은 49억원 책정됐다.

하지만 대학 측은 1400억원가량 중 강사 직접 지원 및 연구 지원 예산을 제외한 실질 대학 지원 예산은 800여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학의 추가재정 소요가 296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실질 대학 지원 예산이 대학 측 요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강사가 정식 교원의 한 종류로 인정받게 됐지만 처우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 역시 부족한 예산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지만 강사를 위한 수업 준비공간이나 대기공간은 여전히 모자란 상황이다. 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강의를 맡게 된 A씨는 “신분은 정식 교원으로 바뀌었지만 ‘보따리장수’ 생활은 여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사 강의료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4년제 일반대학 강사 시간당 평균 강의료는 6만13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5% 오르는 데 그쳤다. 사립대학 강의료는 5만4100원으로 지난해 같은 학기(5만4300원)에 비해 되레 떨어졌다.

대학들은 강사법 안착과 동시에 강사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선 대규모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산 투입이 어렵다면 11년째 묶여있는 등록금 인상 규제라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입학금 폐지와 입학 정원 감소 압박 등 대학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정책만 잇따르는 상황에서 강사 처우 개선이 가능하겠느냐”며 “‘반값 등록금’ 정책 수정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