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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 A씨는 출근길 집을 나서기 전 이어폰부터 챙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이버대학교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사이버대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시간이나 공간 제약 없이 학사 혹은 전문학사 등을 취득할 수 있는 원격 고등교육기관이다. 지난해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에 입학한 A씨는 “퇴직한 직장 선배의 추천으로 일찌감치 ‘인생 2막’ 준비를 위해 사이버대에 등록했다”며 “은퇴 후 재취업 준비뿐 아니라 평소 자녀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히는 데도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대학에 간 샐러던트들, 새 인생을 시작하다
주(週) 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면서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들이 사이버대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평균수명 연장도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20대 대학 시절에 배운 지식으로는 100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사이버대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이버대 학생 40%가 40대 이상

국내 21개 사이버대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원대협)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 사이버대의 누적 졸업생 수는 24만3003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학습과 일을 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사이버대 등록생의 직업 분포 현황을 보면 무직 30.2%를 제외하고 약 70%가 학습과 일을 병행했다. 사무직(16.6%), 서비스직(15.5%), 판매직(4.2%), 농림어업 종사자(0.4%)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사이버대학에 간 샐러던트들, 새 인생을 시작하다
재학생의 연령을 봐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 사이버대 학생 41.55%가 40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전체 등록생 중 2.27%는 60대 이상 ‘실버학생’이었다.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작되면서 사이버대를 찾는 직장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원대협 관계자는 “주 52시간 이전에도 사이버대는 일·학습 병행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며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평생학습, 자기계발 관심이 커지면서 사이버대를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무역량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도 사이버대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대학 간판이 아니라 실무역량이 취업이나 승진, 이직의 발판이 되고 있어서다. 사이버대는 시·공간 제약에서도 자유롭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사이버대가 늘고 있어 접근성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대구대는 개설된 전체 강좌의 99%를 스마트폰을 활용해 들을 수 있고 스마트폰 출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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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를 활용하면 각종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대학별로 학과에 따라 장애인재활상담사 등 국가자격증부터 상담심리사, 보육교사 등 여러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다. 꼭 신입생으로 입학할 필요도 없다. 기존 대학 학위 등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 편입학을 통해 4년 과정을 2~3년으로 줄여 압축적으로 학위를 따는 것도 가능하다.

온·오프라인 학습으로 ‘시너지’

사이버대학에 간 샐러던트들, 새 인생을 시작하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습이 이뤄지는 사이버대 특성상 동문 간 교류 등 오프라인 교육 인프라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에 오프라인 지원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사이버대들도 적지 않다.

한양사이버대는 지난 10월 국내 사이버대 최초로 창업지원단을 만들어 학생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창업 동문과의 교류, 오프라인 창업상담 등을 지원한다. 경희사이버대 역시 같은 학교법인인 경희대와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의실·도서관 등 캠퍼스 시설을 함께 사용할 수 있고, 2005년부터 학점교류를 실시해 연간 1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연계협력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올해 2학기 교양학부에 개설된 ‘미래 문명과 포스트 휴먼’과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 대표적인 연계협력 강의다. 경희대 동문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저렴한 등록금 등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2017년 기준 입학부터 졸업까지 필요한 학비가 평균 1589만원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8학년도 4년제 일반대학 185곳의 평균 명목등록금은 671만1800원이었다.

총 21곳의 대학 중 현재 일반대처럼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은 18곳이다. 나머지 3곳은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특수대학원이 설치된 학교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사이버대는 다음달 1일부터 2019학년도 신·편입생 모집을 일제히 시작한다. 대학별 개설학과, 모집인원 등 사항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대, 전문대 등 오프라인 대학들과 달리 수능 성적이나 고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온라인 적성검사와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등을 종합해 선발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