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여야 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재정준칙’ 도입 등 현 정부의 다른 핵심 경제 법안들도 표류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머물며 직접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정쟁 속에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14일 관가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최근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에 더해 재정준칙 도입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 국가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에 대한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조금관리법 개정안 등을 2월 임시국회 3대 중점 법안으로 꼽았다. 추 부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간부들에게 “이 법안들은 국가 미래를 위해 꼭 이번에 통과시켜야 한다”며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특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다른 법안들도 2월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일단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길 때는 적자 한도를 2%로 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그동안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로 넘겨졌다.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자는 재정준칙의 취지엔 여야 의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2월 국회 처리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 반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난방비 지원을 포함한 30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이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 100조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마련된 보조금관리법 개정안은 아예 논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 개정안은 사업자가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를 지는 연간 보조금 총액을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회계감사 의무를 지는 민간 사업자 수는 기존 1300여 개에서 3800여 개로 늘어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