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민영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지난해보다 14.6% 줄어든 27만2800여 가구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과 미분양 누적 등을 우려한 건설사와 시행사가 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높은 조달금리 때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여의치 않은 점도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급물량 감소로 ‘분양 한파’가 거세질 전망이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와 시공능력평가 3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올해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 53개 업체가 352개 단지 총 27만2867가구(민간임대 포함, 공공분양·임대·오피스텔 제외)를 공급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의 83%인 247개 건설사는 올해 분양계획을 잡지 못했거나 공급 물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시장 상황을 어둡게 보는 주택 사업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다만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지난해 분양하려다 일정이 미뤄진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연내 청약일정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얼어붙은 시장…올 분양 27만가구 그쳐"

미분양 쌓인 대구·인천서 약 40% 감소

올해 민영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1년 전인 2021년 12월 조사 때는 연간 공급계획이 49만6500가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실제 공급된 주택 수는 31만8355가구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모든 시·도의 공급물량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 주택시장에 대한 건설사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13만5088가구로 가장 많다. 지방은 광역시에서 5만7380가구, 지방 중소도시에서 6만9356가구가 분양된다. 지난해 공급실적 대비 올해 계획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곳은 지방 중소도시다. 지난해 지방 중소도시에는 11만7150가구가 공급됐다. 올해 계획대로 100% 분양되더라도 공급이 41%나 줄어드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는 각각 5.6%, 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폭탄’으로 미분양이 속출한 대구와 수도권에서 집값 낙폭이 가장 큰 인천은 주택 공급을 조절하는 분위기다. 올해 대구 물량은 9005가구로 1만 가구를 밑돈다. 지난해(1만4947가구)와 비교하면 39.7%나 적다. 권 팀장은 “대구는 입주 리스크까지 불거져 당분간 청약 시장의 부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인천은 지난해(3만5782가구)보다 43% 줄어든 2만393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10대 건설사 정비사업 물량 본격 공급

서울·부산·광주는 전년보다 분양물량이 더 늘어난다. 서울은 올해 3만3835가구가 예정돼 있다. 전년 공급실적(2만6347가구)에 비해 28.4% 늘어난 규모다. 부산은 전년 공급실적(1만5483가구)보다 67.4% 불어난 2만5921가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서울과 부산은 전체 공급물량 중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서울은 전체 물량의 75.5%인 2만5541가구(31개 단지), 부산은 47.8%인 1만2402가구(11개 단지)가 재건축·재개발지에서 나온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광주도 전년(3866가구)보다 89.3% 급증한 7321가구가 올해 풀린다.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물량이 늘어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가 국내에 공급한 주택 수는 13만1708가구였다. 올해는 16만9289가구로 28.5% 증가할 전망이다. 10대 건설사가 최근 수년간 확보한 정비사업 물량이 풀려서다. 권 팀장은 “새해에는 정부가 서울 경기 일부에 남아있던 규제지역을 풀 것으로 예상돼 청약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