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연패에 따른 후유증을 딛고 지지율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동률을 이뤘거나 역전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당 내홍에 따른 반사효과인 측면이 크지만, 당내 혼란을 안정감 있게 추스른 ‘우상호 리더십’ 효과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우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는 지난 6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출범해 8주차에 접어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20%대까지 고꾸라졌던 당 지지율 회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국민의힘과 같았다. 리얼미터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국민의힘을 앞질렀다. “민주당 지지율을 국민의힘에 역전시켜 놓고 (비대위를) 떠나겠다”던 우 위원장의 공언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당 내홍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 우 위원장이 보여준 안정감과 소통 능력, 균형 감각 등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4선 중진인 우 위원장은 소통을 중시한다. 당 대변인,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본부 대변인 등 모두 8회에 걸쳐 대변인을 지내 ‘전문 대변인’으로도 불린다. 그는 비대위 출범 후 매주 주말 간담회를 자청했다.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지만, 표현은 격하지 않았다. 우 위원장은 31일 “전당대회 준비로 주말 정례 간담회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언론의 질문과 관심 덕분에 빠른 당내 안정이 가능했던 거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 내부의 극단적 갈등도 수습된 양상이다. 우 위원장은 취임 직후 ‘수박’ 용어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수박은 강성 지지자들이 주로 ‘반(反)이재명’ 의원들을 공격하는 의도로 쓰였다. 우 위원장은 조만간 악성 문자 신고센터도 개설할 방침이다.

우 위원장은 7월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제시한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곧바로 비대위에서 이를 조정하고 반영해 갈등이 번지는 걸 차단했다. 또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출마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박 전 위원장과 직접 오찬을 해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핵심인 우 위원장은 계파색이 옅다. 또 일찌감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계파정치가 자칫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당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