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늘로 발효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성과는 문자 그대로 ‘경이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反)세계화 흐름 속에 세계 교역량이 줄곧 감소하거나 정체됐지만 한·미 양국 간 교역은 이 기간에 70% 늘었다. 투자도 양쪽에서 최대 3배 가까이 확대됐다. FTA 효과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성과다. 아울러 이를 통해 양국 간 안보 동맹이 더 굳건해졌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미 FTA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통상 지형을 넓힌 ‘통상 부스터샷’이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게임 체인저’”(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이런 한·미 FTA 성과는 ‘국익 우선’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지지층의 극렬한 반대 속에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한 게 노무현 대통령이다. 당시 반대 여론은 지금 돌아보면 섬뜩할 정도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협상 개시를 선언하자 세계 최대 경제 규모인 미국과의 무(無)관세 동맹으로 국내 산업이 망가지고, 약값과 공공요금 등이 치솟을 것이라는 선동과 괴담이 난무했다. 같은 여당 내에서조차 “매국 행위” “제2 을사늑약”이라며 대놓고 대통령을 향한 공격이 쏟아졌다. 정부와 야당이 비준안을 상정하자 여당 의원들이 해머로 상임위 회의장을 부수고 들어간 게 바로 이때다. 그런 반대에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FTA를 밀어붙인 게 노무현의 리더십이었다.

그 효과는 지금 보는 그대로다. 심지어는 미국산 농산물에 다 망할 것이라던 농축산업계조차 수출 증가율(연평균 81.8%)이 수입(29.7%)을 압도하며 큰 덕을 봤다. 그런데도 당시 격렬히 반대한 정치인과 선동가 가운데 제대로 사과와 반성하는 이가 없다. 오히려 한·미 FTA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당시 국익 우선의 리더십에 사사건건 반대한 이들이 집권했던 게 지난 5년간이다. 이들의 이념과 진영정치로 국론이 분열되고, 동맹국과의 관계까지 훼손되며 경제통상적으로도 피해를 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 세계가 단순한 경제동맹을 넘어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확대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경제블록화하고 있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훼손된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그 이상의 포괄적 가치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