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해 24개 부처에서 총 33조6000억원을 쏟아부은 재정 일자리 사업 145개를 평가한 결과 ‘개선 필요’가 36개(24.8%), ‘감액’ 14개(9.7%)로 셋 중 하나꼴인 34.5%의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예산을 집중 투입한 일자리 사업 중 상당수가 부실하다고 정부도 자인한 셈이다.

정부 예산이나 각종 기금이 들어가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규모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6조7900억원 수준이었지만 불과 3년 새 두 배로 불어났다. 일자리 사업 예산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고용 악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7년 4월 46만3000명 늘었던 월별 취업자 수(전년 동월 대비)는 이후 2019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줄어 월별 증가 폭이 수천 명 선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른바 ‘고용 대란’으로 불리던 시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여파가 컸다.

이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2019년 2월부터 강의실 불 끄기, 쓰레기 줍기 등 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적극 펴면서 통계상 취업자 수는 늘기 시작했지만 경기 회복이나 고용시장 호전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2019년 월별 통계에서 60세 이상 취업자는 이례적으로 30만 명 넘게 늘어난 반면 30~40대 취업자 수는 줄어든 경우가 많았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고용통계 숫자에 집착한 정부가 일자리를 분식(粉飾)해왔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12개월간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던 취업자 수는 지난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4, 5월 연속 60만 명 넘게 늘었다. 하지만 고용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다. 5월 일자리 증가폭의 42%인 35만 명이 월 1~17시간 근무하는 단기 일자리다.

정부 스스로 일자리 사업의 부실을 인정한 만큼 세금으로 단기 알바 숫자를 부풀리는 정책은 전면 재고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경기 회복과 기업 투자의 결과로 나온다. 기업의 고용 여력이 늘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필요하면 정부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지금 같은 ‘꼼수 일자리’가 아니라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고용 창출이 가능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임을 자임하며 출범했다. 집권 4년이 넘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데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건 국민에 대한 배임이자 직무 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