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월세 대란을 잡기 위한 24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임대주택 공급확대 카드를 꺼냈다. 2년간 총 11만4000가구의 전세형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기존 공공임대 아파트 공실(空室)을 전세로 전환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호텔, 상가, 오피스를 매입해 임대로 바꾸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시장에선 오래전부터 “매물의 씨를 말린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끝내 이를 외면하고, 당장 늘릴 수 있는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보다 나은 주거여건에서 살기 원하는 수요를 무시한 채 임대주택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이젠 정부가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책이 얼마나 ‘날림’인지는 강원대가 LH와 합의해 중단한 100가구 규모의 청년 임대주택 사업을 포함시켰다가 망신당한 것만 봐도 알 만하다. 발표 전부터 “닭장에 살라는 거냐”는 비판을 받은 호텔·상가·오피스 공실 리모델링 후 임대전환 계획은 두말할 것도 없다. 호텔 개조 임대주택은 이미 뚜렷한 실패사례도 있다. 서울시가 종로구 한 호텔을 개조해 공급한 임대주택이 취사시설도 없고, 바닥난방도 안 되는 데다 월세가 70만원에 달해 ‘철저히 깨진 아이디어’로 평가되는데도, 정부는 이런 임대주택을 1만3000가구나 추가 공급하겠다고 한다.

홍남기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 대책 발표 자리에서까지 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은 인정하지 않고 저금리, 가을 이사철, 1인가구 증가 등의 탓으로 돌리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저금리 및 1인가구 증가세가 한두 해 얘기가 아니고, 이사철과 무관하게 서울 전셋값이 73주(전국은 63주)째 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거불안이 극에 달하면서 매매가 전세가 할 것 없이 한국감정원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상승세다. 대체 언제까지 속이 썩어들어가는 주거약자들에게 ‘빨간약’만 발라줄 건가. 벌써부터 “25번째 대책에선 캠핑카를 개조해 전·월세로 공급하는 것 아닐까”라는 조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