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좀처럼 ‘전·월세 대란’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거 불안이 극에 달했는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출한 대책이 있으면 벌써 내놨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파장과 부작용을 아랑곳 않고 대책을 쏟아내던 그동안의 패턴을 감안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에두른 고백처럼 들린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와 야당은 거대 여당이 강행 통과시킨 임대차보호법을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세금폭탄’ 같은 반(反)시장 정책들이 주택 공급을 틀어막아 ‘전세절벽’을 야기할 것으로 예견했다. 유감스럽게도 시장은 정확히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 전세매물이 수요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한국감정원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30.1로, 2012년 통계발표 시작 후 최고로 치솟았다.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다.

국민들도 정책실패를 전·월세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부동산 정책의 ‘부정 평가’ 응답비율이 현 정부 들어 최고인 68%에 달했다. 급기야 청와대 게시판에는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홍 부총리)라든가, “저금리 및 세대분할 때문”(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며 고집스럽게 변명과 발뺌으로 일관하니,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애처로울 지경”이란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잘못된 진단을 고집하는데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없다. 꽉 막힌 주택 거래와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면적 정책전환이 시급한데도 여당은 ‘주택·지역개발부 신설’ 같은 변죽만 울리는 판이다. 한술 더 떠 기존 및 계약갱신 후 임대차 기간을 각 3년으로 늘려 임차인이 총 6년을 살 수 있게 하는 ‘3+3년 임대차보호법’까지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다. ‘2+2년’으로도 이런 난리인데도 더 강화하자는 식이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정부는 과거 ‘소득주도 성장’ 때와 마찬가지로 주택정책도 끝까지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그러는 사이에 전셋값 급등이 다시 집값을 밀어올려 매매시장까지 들썩일 조짐마저 엿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내년에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놓고 고집을 피울 때가 아니다. 언제까지 주거 약자들의 고통을 키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