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는 무엇보다 ‘고용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용부가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내놨고, 금융위는 ‘기업 안정화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역시 ‘일자리 지키기’ 차원이라고 명시했다. 고용유지 지원 확대, 고용보험 밖의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 93만 명에게 50만원씩 3개월간 지급, 공공·청년 일자리 55만 개 창출 등이 새로운 내용이다.

‘코로나 쇼크’에 맞서 정부가 고용 안정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일자리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재정을 퍼부을 수 있을 것이며, 나랏돈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다. 이번 고용대책에 필요한 예산만 10조1000억원이다. 모두 재정 투입은 아니지만, 앞서 발표한 대책과 국책은행이 나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 및 금융안정 지원금 35조원 등을 합치면 위기대책에 투입되는 공적 자금이 200조원을 넘어선다. 어제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공식화했지만, 국내외 코로나 확산 추세와 피해양상을 보면 3차로 끝내기만 해도 다행스러울 정도다.

고용 안정이 당면 과제이지만 재정 퍼붓기만으로는 어렵다. 제도 개선을 병행하면서 기업 자생력과 시장의 복원력을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한 특수를 누리는 것은 같은데 거침없이 인력을 충원하는 미국 아마존과 아르바이트 위주로 뽑는 한국 쿠팡의 차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나. 아마존이 지난달 10만 명에 이어 이달에도 7만50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한 데 비해 쿠팡이 8000명을, 그것도 시간제 알바 위주로 뽑은 주된 요인은 고용·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결여된 탓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고용 생태계에서 한국의 경우 비정규직 최소화 등으로 안정성은 과도할 만큼 확보된 반면 유연성은 퇴보해 왔다. 최저임금이 그렇고, 근로 형태도 마찬가지다. 고용 관련 제도를 유연하게 하면 예산 투입을 줄여도 더 많은 일자리가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