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 아닌 '국운' 건 국회 경제토론회가 필요하다
형식 집착말고 경제 현실 진단과 처방 '끝장토론' 해야
여야는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국회 파행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 등 시급한 경제 현안 처리를 계속 미룬다면 얼마 남지 않은 경제회복 골든타임을 놓쳐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경제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당이 국회에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한국당도 토론회 형식과 내용에 집착하지 말고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고충이 국회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여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자 경제토론회가 필요한 근본 이유다. 그러려면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당리당략을 내려놓은 채 경제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정도로 중증(重症)을 앓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소득증가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설비투자·수출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지표가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나라 안 사정 역시 기업에 희망적인 환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철벽 같은 규제망과 경직화된 노동시장 등으로 기업들은 질식하기 직전이다. 신규 투자는 물론 리쇼어링(국내 유턴)을 막는 수도권 규제 등 ‘입지규제’, 출자제한 등 ‘투자제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높은 법인세율 등도 기업을 옥죄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에 부담을 안기는 것 일색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대책은 ‘미봉책’ 수준이다. 정부가 그제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는 기업들로부터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 등 시장이 원하는 근본 대책보다 그럴싸해 보이는 정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조업이 살아나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이 살아나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책이 빠져 있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폐렴에 걸렸는데 감기약 처방에 그친 격”이라는 비유까지 나왔다. 겹겹이 쌓인 규제 등 ‘모래주머니’를 찬 채 국제경쟁에 나선 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해주려면 기술개발 지원 따위의 ‘기능성 신발’을 지급하는 생색을 내기에 앞서 족쇄를 푸는 게 제대로 된 순서다.
여야는 더 늦기 전에 국회 경제토론의 형식과 내용에 집착하지 말고 경제살리기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경제학자, 기업인, 구직자 등 각계 각층이 모인 경제토론회를 열어 경제 위기 원인을 진단하고 기업과 가계의 절박한 현실을 듣는 게 중요하다. 경제토론회를 통해 무엇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공감대를 모으는 일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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