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혁 지식사회부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취재수첩] 브리핑한다면서 질문 안 받는 장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국민 중심의 법무행정을 수립하려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2018년 신년사 중 일부다.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 경청’을 강조한 박 장관이 12일 ‘불통 장관’이 됐다. 기자 브리핑을 자청하더니 뚜렷한 해명도 없이 돌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거부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검찰 과거사 진상 조사 활동 종료’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장관이 전날 브리핑을 먼저 제안했다. 그런데 브리핑을 1시간여 앞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법무부 관계자가 박 장관이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온 것이다. 기자들은 일방적인 발표를 언론 브리핑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항의했지만 박 장관이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법무부 출입기자단은 예정 시간을 30여 분 앞두고 브리핑을 거부했다. 박 장관은 텅 빈 브리핑룸에서 방송용으로 준비한 발표 자료만 읽고 서둘러 브리핑을 끝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이 질문을 거부한 데 대해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현장에서 대변인이 대신 질의응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안에 따라 자료나 대변인 설명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을 다룬 과거사위원회 활동이 논란이 되자 이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장관이 먼저 나서 기자들을 부른 자리였다.

결국 박 장관이 기자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껄끄러운 질문에 답변을 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상대 전 검찰총장,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과거사위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과거사위 활동 종료 이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들은 당연히 박 장관에게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질문하려 했다. 법무부도 이를 당연히 예상했기 때문에 질문을 받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이 언론을 국민과의 소통창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전하는 도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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