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이며 특히 돈에 관해서는 효율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가정이었다. 그런데 이에 반기를 들고 "과연 그렇게 행동할까" 하는 의문 속에서 출발한 경제학이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은 돈 앞에서 바보가 되는 인간의 모습과 비합리적인 소비행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은 주식투자의 경우에 곧잘 인용되곤 한다. 사람들은 보유주식의 가격이 상승하면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팔아치운다. 반면 주가가 내리막 길을 달리면 가망 없는 주식인데도 움켜쥐고 있다가 큰 손해를 보는데,이는 보통 상식과는 달리 이득이 있을 때는 오히려 보수적이 되고 손실을 피하고자 할 때는 보다 과감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짜로 생긴 돈을 함부로 쓰는 것도 행동경제학에서는 '마음 속의 회계장부'로 설명한다. 돈의 가치는 다 같은데도 노름이나 복권 등으로 번 돈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실용성이 별로 없는 명품을 사는 즉흥적인 소비행태도 미래보다는 당장의 만족을 우선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탓이라고 이 이론은 풀이한다. 또 눈 앞의 증거를 과대평가하는 소비자 심리도 묘사하고 있는데,아무리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 해도 친구나 이웃이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이내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다. 인간의 비합리성 편향성 오류를 지적하는 대목이다. 행동경제학은 이 이론을 심리적으로 증명한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단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이제는 행동경제학이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지난 주말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보스턴연방은행이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주제로 연례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행동경제학이 주류에 진입하는 확실한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행동경제학은 소비자들의 경제행위를 심리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연구는 우리 기업과 정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