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샴푸를 사려다가 프랑스의 한 헤어케어 전문브랜드가 벌인 두피진단 행사에 참여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피지와 각질 때문에 두피 상태가 엉망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조건 판매중인 해당회사의 2만원대 샴푸와 5만원대 앰플 등 14만원어치를 구입했다" 나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딸아이가 미장원에서 머릿결이 엉망인데다 탈모가 심해 그냥 두면 대머리가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며 사색이 돼 돌아온 것이다. 비싼 모발케어를 유도하려 그런 식으로 겁을 준 게 어이없었지만 다음날 당장 손상모발에 좋다는 샴푸와 트리트먼트,치료용 앰플까지 한보따리 사다 줬다. 피부미인이 진짜 미인이라더니 이젠 또 모발미인까지 돼야 한다고 야단이다. 피부가 아무리 곱고 깨끗해도 머리카락이 푸석거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98년부터 외국의 모발관리 전문업체가 진출하더니 최근엔 서울 강남 일대는 물론 대학가 미장원에서까지 두피와 모발관리 전문 간판을 내걸었다. 헤어크리닉시스템을 내세우는 곳의 방법은 비슷하다. 진단장비로 두피와 모발 상태를 측정한 뒤 민감성,비듬,지성,탈모 등으로 구분한 다음 상태에 알맞는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적외선치료기,소프트 바이오빔,오존기 등을 이용해 두피스케일링 영양공급 마사지를 해줌으로써 머릿결을 되살려 주는 건 물론 원형 탈모 및 스트레스성이나 유전성 탈모 관리도 해준다고 한다. 업소마다 다르지만 두피 치료는 1회 10만원,모발관리는 10만~20만원으로 피부관리 비용을 능가한다. 헤어크리닉 바람의 근거는 여성의 탈모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20~30대 여성의 1~2%,40대 이상은 20~30%가 탈모 증상을 보이는데 그대로 두면 숱이 줄어 보기 흉하게 되는데다 머리카락이 가늘고 윤기없이 푸석거리게 되므로 원인에 따라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일 게 틀림없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거칠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잦은 염색과 탈색,퍼머 등일 것이다. 공해 스트레스 다이어트에 걸핏하면 물들이고 빼고 볶고 거기다 매일 감아대니 무슨 수로 비단결같은 머릿결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제아무리 염색전문 "컬러바"를 둔 고급미용실에서 손질했다고 해도 염색이나 탈색은 화학 처리에 다름 아니다. 당연히 모발의 단백질을 빼앗아 약하고 끝이 갈라지고 건조하고 윤기가 없고 힘이 없게 만든다. 결국 탄력과 영양 보습 효과로 머릿결을 살린다는 프리미엄 샴푸가 쏟아지더니 헤어크리닉까지 유행하는 셈이다. 미장원에서 값비싼 모발 관리를 권하는 건 고객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퍼머나 드라이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데다 관련제품 판매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이 작용한 탓은 아닐까. 딸아이는 "미장원 사건" 이후 염색을 하지 않고 트리트먼트에 신경쓰더니 머릿결이 도로 좋아졌다며 기뻐하고 있다. 머리가 가렵거나 탈모가 심하다면 모르되 머리카락의 윤기가 떨어지는 정도라면 글쎄. 비싼 헤어크리닉을 찾기보다 염색이나 퍼머를 잠시 멈추고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 찬바람을 이용하는 등 자연요법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 샴푸는 두피,린스는 머리카락에 문지르고,주1회 정도 트리트먼트제품이나 마요네즈로 영양을 공급하고,가끔 식초나 레몬즙으로 머리를 헹궈도 훨씬 좋아진다고 한다. 그래도 '미용실에서 돈내고 가꾸는 게 낫겠지' 한다면 할 말 없지만.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