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수 < 환경운동연합 기획조정팀장 >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바닷가 사구(모래언덕)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라고 생각해 여지없이 파헤치고 제방을 쌓았다. 하지만 사구는 바다와 육지를 가르며 생명의 균형과 사람들의 안식처를 보호해주는 절대적인 보호막이었다. 그리고 지금 새만금 갯벌이 만신창이로 질식당하고 있다. 10년 전 새만금 사업 시작당시만 해도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갯벌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생태적.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새만금 사업이 국가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것도 대규모 갯벌파괴와 간척에 따른 환경적.경제적 파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우선 새만금 사업은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는 대표적인 부실사업이다. 경제학자들과 심지어 정부출연 연구기관까지 공동조사단의 경제성 평가에 결정적인 하자를 지적한 바 있다. '국토확장효과'라는 거품개념을 설정하여 이중계산하고, 안보미가(安保米價)의 개념을 적용해 쌀값을 국제시세인 톤당 60만원이나 국내시세인 2백만원보다 배 이상 높게 책정해 경제성을 부풀렸다. 오늘날의 농업정책과 세계적인 쌀 가격의 흐름에 비추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부실덩어리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새만금 사업강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수질문제는 또 어떤가. 전문가들은 시화호 오염의 원인이었던 총인(P)과 총질소(N)의 농도가 새만금의 수원이 될 만경강이 더 높은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수질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수질예측 결과도, 인근 지역의 개발을 절대적으로 제한하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도 농업용수 수질기준 달성은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농업기반공사가 관리하는 간척호수들이 수질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간척을 완료한 해남 일대의 간척호수(영암호, 금강호, 고천암호)가 심각한 수질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보라. 또한 사업 결정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정보가 왜곡되어 전달되었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원칙마저 무시되었다. 유종근 전북도지사는 허무맹랑한 '복합산업단지의 꿈'을 과도하게 부풀려 정치적 입지확보에 이용하였고, 정부는 스스로 정한 합의절차마저 무시하며 숱한 논쟁과 공개토론회, 정부 부처와 전문가들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누더기 시나리오'를 가지고 강행을 결정하였다. 정부와 민주당도 수질개선을 위해 얼마나 엄청난 돈과 주민들의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98년 6월 감사원은 이미 새만금사업에 대해 경제성, 수질, 행정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고, 대통령 인수위원회도 새만금을 '前정권 3대 부실의혹사업'으로 평가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도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벨평화상과 환경대통령이라는 위선의 탈을 쓴 가당찮은 정치논리와 내년 지자체 선거의 부담 때문이다. 정부는 시화호와 의약분업의 섣부른 결정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박탈감을 주었는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엉터리 계산서에 딴정 피우며 싸인해 놓고 집안이 빚더미에 올라앉아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새만금사업 강행이 지금 그런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