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은행 생명보험 신용협동조합 등 24개 퇴출금융기관 임직원
2백29명에 대해 재산가압류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명백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앞으로는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게끔 경계하는 동시에 그동안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공적자금중
극히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실제로 부실원인 조사결과를 보면 부실계열사나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은
물론 심지어 자본금이 완전잠식된 기업에까지 마구잡이로 대출해주는 등
위법.위규행위가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심각해 엄중한 책임추궁이 불가피
하다.

특히 부실책임이 있는 퇴출종합금융사 대주주 4명에 대해서도 재산가압류
조치와 함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것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는 잘못된 생각을 뜯어 고치는데 효과가 크다고 하겠다.

게다가 지금까지 조사가 끝난 86개 퇴출금융기관을 모두 합치면 부실자산
24조9천억원중 손해배상청구 대상금액이 5조4천억원이나 된다고 하니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대우그룹 투자신탁사 등 아직도 처리못한 부실규모가 엄청난데 비해 현재
남아 있는 공적자금은 불과 8조원 정도에 불과하고 심각한 재정적자로 신규
자금 조달마저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지 부실채권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만 관계기관에 한가지 당부할 것은 부실책임은 엄중히 추궁하되 관련
임직원들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는 등 옥석을 가리는 노력을 아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제2 금융권의 경우 대주주가 전권을 휘둘러 임직원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은행에도 관계기관이나 정치권을 통한 대출외압이
극심했던 것이 그간의 현실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극심한 관치금융 폐해와 대주주의 전횡은 무시한채 힘없는
임직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부실책임을 묻는다면 불법.탈법행위만 더욱
교묘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위법행위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단지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부실책임을 지우는 것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제도에 어긋난다는 시비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이번 조치를 계기로 금융기관들은 다시는 대규모 부실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임직원의 책임과 권한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감독당국도 사후 책임추궁보다는 엄정한 금융감독을 통해 부실예방에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