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돈 백량만 내시오.어딜가도 이토록 고운 계집을
이렇게 싸게 살수는 없을거요.

하늘에서 굴러떨어진 행운이다 생각하고 하루빨리 사두시오.
안 그러면 다른 데로 팔릴지 모르오"

뚜쟁이가 간사한 말로 구슬리자, 풍연은 계집을 데리고 오는것은
늦추더라도 미리 돈을 주고 사두는 것이 좋지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계집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한번 살펴보고 사야하지
않겠는가.

"그럼 이렇게 합시다.

먼저 계집을 살펴볼수 있도록 해주시오. 그래서 마음에 들면 내가
미리 백량을 내어 계집을 사두겠소.

그리고 날짜를 정하여 계집을 데리고 올테니 그때까지만 계집을
잘 간수하고 있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늘 계집을 살펴보시지요.

그런데 날짜를 정한다면 언제쯤?"

뚜쟁이가 희색이 만면하여 연신 두손을 비벼가며 아양을 떨었다.

"점쟁이한테 물어보아 계집을 데리고 오는 날을 정하려고 하오.
사흘후가 될지 닷새후가 될지 모르지만 하여튼 택일을 잘 해야할게
아니오?"

풍년이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

"계집중 하나사는 데 택일까지 하시고."

그러면서 뚜쟁이가 풍연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계집종이 될지 내 아내가 될지 모르니 하는말이오"

뚜쟁이는 순간적으로 그렇다면 좀더 값을 세게 부를걸 하는 후회가
일었다.

하지만 이미 값을 불렀으니 때가 늦고 말았다.

풍연이 계집을 데리고 안채 깊숙한 방으로 들어가고 뚜쟁이는
바깥채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계집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풍연의 지시대로 옷을 하나씩 벗었다.

옷을 다벗은 채 등을 살짝 돌리고 있는 계집의 몸은 그야말로
백옥으로 만든 항아리 같았다.

아직 미숙한 몸이긴 하지만 그래도 늘씬한 키하며 젖가슴과 둔부의
곡선이 풍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런 몸매로 좀더 성숙한다면 얼마나 아을다운 여인으로 변할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까지 여자에게 반해본적이 없었던 것은 이토록 아리따운 몸매를
지닌 여자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음. 그렇게 등을 돌리고만 있지말고 돌아서 보라니까"

계집이 두팔로 젖가슴을 가린채 조금씩 조금씩 돌아서 마침내
풍연을 마주 대하고 섰다.

음모가 거뭇거뭇 자라기 시작한 사타구니가 와락 풍연의 시야에
들어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