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악몽이 파킨슨병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은 악몽을 자주 꾸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두 배가량 높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는 67세 이상 남성 38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균 7.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91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을 분석했더니 1주일에 한 번 이상 악몽을 꾸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높아졌다. 파킨슨병 발병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참가자 사이에 인종, 교육, 흡연, 음주, 기저질환 등 다양한 요인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파킨슨병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5년간 악몽이 지속되면 경증에서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다섯 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악몽을 꾸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인지 기능이 33배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뇌와 신경의 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른쪽 전두엽의 구조 변화가 악몽의 빈도와 연관이 있다. 오른쪽 뇌에 문제가 발생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는 왼쪽 뇌에 문제가 있는 환자, 건강한 대조군보다 더 자주 악몽을 꿨다. 왼쪽 뇌에 문제가 있는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 사이에 차이는 없었다.연구를 주도한 아비데미 오타이쿠 버밍엄대 박사는 “이 연구는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지고 있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도 잦은 악몽이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악몽의 빈도를 줄이는 것이 신경을 보호하고 발병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뇌파검사(EEG)로 꿈의 변화가 발생하는 생물학적 원인을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국제학술지 클리니컬메디신에 실렸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통풍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콜키신’이 심부전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 버지니아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임상 심장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콜키신이 심부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염증을 잠재적으로 약화시킨다고 밝혔다.연구진은 2011년 3월부터 2020년 2월 심부전 악화로 버지니아대 의료센터에 입원한 1047명의 환자 기록을 검토했다. 이 중 237명(22.7%)은 입원 중 급성 통풍으로 콜키신을 투여받았다. 콜키신을 투여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생존율을 비교했더니 투여군은 97.9%, 비투여군은 93.5%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심부전은 심장이 펌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혈액이 온몸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질환이다. 학계에서는 교감신경계 등의 신경호르몬 이상과 심장근육의 염증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신경호르몬 이상은 여러 억제제가 있지만, 심장근육 염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약물은 없었다. 연구진은 콜키신이 염증 억제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약 600만 명의 미국인이 심부전을 앓고 있으며, 매년 8만60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심부전 치료에는 콜키신, 스테로이드 약물,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약물과 NSAID는 심부전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일반적으로 심부전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않는다.이번 연구를 주도한 메리 로스 버지니아대 건강센터 연구원은 “콜키신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기 때문에 심부전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콜키신 약물로는 ‘콜킨’(한국유나이티드제약), ‘콜키닌’(이연제약) 등이 있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뇌 속 콜레스테롤 축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ATAD3A라는 단백질이 엉키면서 뇌에 콜레스테롤이 쌓였고, 이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위험을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그동안 가장 널리 알려졌던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아밀로이드베타의 엉킴(올리고머화)이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가 올리고머화돼 있는 모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하지만 학계에서는 이것이 직접적인 알츠하이머의 원인인지, 혹은 알츠하이머 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어왔다. 실제로 아밀로이드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여러 약물이 임상시험 중 유의미한 효과를 보지 못해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역시 엉킨 아밀로이드베타의 양을 크게 감소시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인지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아 처방은 제한됐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아밀로이드베타가 아닌, 새로운 원인을 찾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이런 상황 속에서 이번 연구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연구진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알츠하이머의 발병 확률이 높다는 데 집중했다.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콜레스테롤이 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연구진은 뇌에서 콜레스테롤 축적에 관여하는 물질을 탐색했다. 그 결과 ATAD3A라고 하는 단백질 복합체가 서로 엉키면 뇌 속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소(CYP46A1)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분해돼야 할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연구진은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ATAD3A가 엉키는 것을 막는 억제제를 알츠하이머 쥐에 투여했다. 그 결과 CYP46A1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고, 뇌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미로에서 길 찾기 등의 인지 실험에서 기억 능력이 50% 이상 회복된 것도 확인했다.신 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ATAD3A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잠재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ATAD3A가 알츠하이머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국제알츠하이머협회는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가 570만 명이며 2050년 1400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 환자는 60만 명에 달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 중 가장 많다. 알코올성 치매나 혈관성 치매는 조기 발견하면 인지 기능 등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치료제가 없고, 증상 악화를 늦추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