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시된 '옵티머스G'. LG 'G' 시리즈의 첫 작이다/사진제공=LG전자
2012년 출시된 '옵티머스G'. LG 'G' 시리즈의 첫 작이다/사진제공=LG전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부진 탈출을 위한 칼을 뽑아들었다.

올해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V60 씽큐 5G'를 국내에 미출시한 데 이어 LG 프리미엄폰의 한 축이던 'G' 시리즈 브랜드까지 없앤다. 대신 '초콜릿폰'처럼 LG 스마트폰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새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29일 LG전자와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브랜드명, 가격 등 스마트폰 사업 새 판짜기에 나선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태스크포스(TF)는 5월 출시 예정인 5G(5세대 이동통신) 폰에서 'G'를 떼기로 했다. 그간 'G9'으로 알려졌던 이 폰의 새 명칭은 다음달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새 모델은 LG전자의 '매스(대중)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플래그십에 준하는 성능에도 100만원 이하 가격이 책정될 전망이다. 미국 IT 매체 GSM아레나에 따르면 이 모델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퀄컴 스냅드래곤 765를 채택했다. 엣지 형태 풀H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4개의 후면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용량은 4000mAh(밀리암페어시), 3.5mm 이어폰 단자를 적용했다.

듀얼스크린 폰이지만 단일 기기로도 판매해 가격을 낮춘 게 포인트. LG전자는 최근 비공개 설명회를 통해 일부 국내 이동통신사 대상으로 이 모델을 선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출시된 'LG G3'/사진제공=LG전자
2014년 출시된 'LG G3'/사진제공=LG전자
LG전자는 이 모델을 기점으로 알파벳 G를 완전히 뗀다. G시리즈는 2012년 고(故) 구본무 회장의 특별 지시로 처음 출시됐다. 첫 모델은 '옵티머스G'였다. G3는 출시한 해 약 1000만대를 판매하며 LG 스마트폰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G시리즈 판매량이 줄며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부의 적자 행진 신호탄이 됐다.

최근 G·V시리즈 브랜드 폐지 등 LG 스마트폰 라인업 정리 가능성이 지속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MC사업 부문이 19분기 연속 적자에 빠지자 2017년 이후 4명의 스마트폰 사령탑을 교체한 끝에 지난해 취임한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이 G시리즈 폐지라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V시리즈 역시 지난달 듀얼스크린폰 V60 씽큐가 출시됐지만 차기작부터는 명칭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LG '초콜릿폰'. LG 휴대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사진제공=LG전자
LG '초콜릿폰'. LG 휴대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사진제공=LG전자
향후 LG전자는 차기 플래그십에 G·V 등 알파벳이 아닌 과거 '초콜릿폰' '프라다폰'과 같이 제품별 이름을 붙일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에 국내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았던 과거 LG 폰의 부흥기를 재현하겠다는 속내다.

실질적 수익성 개선 방법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합작개발생산(JDM) 비중 확대를 택했다.

LG전자는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리고 올해 ODM·JDM 물량을 50% 이상으로 높여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출하량 기준 LG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약 2%에 그쳤다.

올 들어 지난달 30만원대 'Q51'을 국내 출시하고 인도에 10만원대 'W10 알파'를 선보인 LG전자는 2분기 30만원대 K시리즈(K61·K51S·K41S)를 중남미 등에 출시한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Q51은 전작 Q시리즈에 비해 동기간 판매량이 2배가량으로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다.
지난달 26일 LG전자가 실속형 대화면 스마트폰 LG Q51을 출시했다/사진제공=LG전자
지난달 26일 LG전자가 실속형 대화면 스마트폰 LG Q51을 출시했다/사진제공=LG전자
그럼에도 누적된 MC사업부문 적자 탈출은 올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전자는 권봉석 사장이 공언한 대로 내년을 흑자전환 시기로 정하고 올해는 적자폭을 줄이는 데 주력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MC부문의 경우 V60 5G의 북미, 일본 출시와 디자인 변화를 도모한 가칭 G9의 한국 시장 타깃, 4분기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재기를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