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맞는 제품 찾기 힘들어 미루는 고객 많아…갤럭시S7 인기
"이번이 3번째 방문" 불만도…판매점은 늘어난 업무량에 '끙끙'

"마음에 딱히 드는 게 없는데 뭐로 바꿔야 하나요?"
갤럭시노트7 교환과 환불이 시작된 13일 각 이동통신사 매장에는 구매자들의 방문과 문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상당수 고객은 갤럭시노트7을 대체할 만한 제품을 찾지 못해 교환과 환불을 미루는 모습이었다.

이동통신사 매장은 이날 오전 10시 전산 시스템 개통 시간에 맞춰 본격적인 교환 및 환불 업무를 시작했다.

평일이라 방문객은 몰리지 않았지만 교환할 만한 제품이나 재고 여부를 묻는 전화는 꾸준히 이어졌다.

매장을 방문한 구매자들은 3번째 방문이라며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마땅히 바꿀만한 제품이 없다는 점도 이들의 불만을 키웠다.

서울 명동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매장을 왔다 가도 당장 바꿀 기기가 없다며 갤럭시노트7을 계속 쓰겠다거나 아이폰7이 나오면 사겠다고 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뽐뿌' 등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마땅히 바꿀 만한 제품이 없다'며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나 이동통신사가 교환과 환불을 촉진하기 위해 추가 혜택을 내놓을 수 있는 기대감에 매장 방문을 미루는 소비자들도 있다.

갤럭시노트7 구매자 송모(47)씨는 "오히려 너무 빨리 바꾸면 불리할 수도 있다"며 "교환 절차나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제품을 쓰다 천천히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현 환불·교환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는 청원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갤럭시노트7을 사전예약으로 샀다고 밝힌 작성자는 '신형 자동차를 샀는데 문제가 있으니 구형으로 바꿔주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 새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임시폰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구매 고객은 고사양의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소비층"이라며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만한 제품이 현재로써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초기 교환 수요는 갤럭시S7 시리즈 등 비교적 최근에 나온 삼성전자의 프리미엄폰로 몰리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까지 SK텔레콤 을지로직영점에서는 교환 고객 10명 대부분이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 엣지로 바꿔갔다.

서울 종각역 부근의 이통사 매장에서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엣지로 바꾼 박모(43.여)씨는 "갤럭시노트7을 계속 쓰고 싶었지만, 위험하다고 해서 바꾸러 왔다"며 "갤럭시S 엣지가 그나마 완성도도 있고, 갤럭시노트7이랑 비슷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꾸면 통신비 7만원과 할인쿠폰 3만원 등 총 1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도 갤럭시S7 시리즈의 인기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점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삼성전자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게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유통점에 건당 2만원의 교환·환불 수수료를 지원하고. 자사 제품으로 교환할 경우에는 추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통점 직원들은 늘어나는 업무량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한 이동통신사 매장 직원은 "기기에 있는 데이터를 옮기는 데만 1시간이 걸려 고객은 물론 직원들도 힘들다"며 "V20 판매와 아이폰 사전예약 등 영업을 하기에도 바쁜 데 갤럭시노트7에 매달려야 해서 업무에 지장이 많다"고 전했다.

이동통신사가 일선 판매점에 주는 판매장려금 처리 문제를 두고 이동통신사와 판매점 간 갈등도 불거지는 양상이다.

전국 중소 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동통신사가 갤럭시노트7 고객이 해지하고 번호이동을 할 경우 이미 지급했던 장려금을 회수하려 한다"며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팔린 갤럭시노트7은 50만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교환과 환불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김예나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