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病' 서울대병원, 비상경영
서울대병원이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2011년 8억원이던 ‘적자’가 지난해 287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병원 운영 실적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전반의 경비 절감은 물론 지하 6층 규모의 주차장 확장 공사를 무기한 연기했고, 공사가 진행 중인 심장뇌혈관병원 건립도 완공 시기(내년 5월)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초 취임한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사진)은 최근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부서별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줄일 수 있는 모든 비용을 줄여라”라고 지시했다.

서울대병원은 오 원장의 지시에 따라 총무부 시설자재부 교육연구부 원무부 홍보부 등 부서별로 10% 경비 절감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대병원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것은 병원 운영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으로 고가 의료 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의료수가 인상을 억제하거나 단가를 낮추고 있다. 환자 수가 예전에 비해 줄었고 영상장비 의료수가 등이 떨어진 것이 병원 운영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오 원장은 “정부에서 정하는 의료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자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금이라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흑자 경영을 해온 다른 대형병원들도 지난해 적자를 냈다.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 가톨릭의료원 고려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등이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울아산병원이 70억원가량 흑자를 냈지만 대형 상가 운영 등 비(非)의료 부문에서 수익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