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로고 / 사진=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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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가 반도체, 국방 분야의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심사제를 도입한다. 기술 유출을 우려한 조치다.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로베르트 디크흐라프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네덜란드에 중국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CSC)의 관리를 받고 있는 장학생이 몇 명이고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CSC처럼)국가가 최첨단 지식과 기술을 얻기 위해 특정 목적을 갖고 장학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CSC 장학금은 중국공산당에 충성 맹세를 해야 받을 수 있다. 유학생들은 유학 중인 국가의 중국대사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하고, 학업을 마치면 2년 안에 중국으로 귀국해야 한다. 이 같은 국가 관리 시스템 때문에 CSC 장학생을 통한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네덜란드 대학교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인 대학원생들의 박사학위 취득을 금지하기도 했다. 로베르트 얀 스미츠 아인트호벤공대 총장은 "점차 모든 네덜란드 대학교가 중국인 유학생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크흐라프 장관은 "중국 유학생을 배제하거나 민감한 분야에서 중국 기관 및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막으려는 건 아니다"면서도 "일부 대학들의 중국인 유학생 관련 조치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민감한 기술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내용들을 법제화한 '지식 보안 심사법'을 올해 안으로 의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이 상황이 정치화되고 (유학생들에) 낙인이 찍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FT는 "네덜란드의 움직임은 과거 수십년 간 중국에 문호를 개방했던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최근 들어 점점 더 중국발 안보 위협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핵심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 등이 있는 네덜란드는 유럽의 반도체 강국이다. ASML의 중국인 직원들이 반도체 관련 자료를 무단 유출하는 등 기술 안보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