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 일본 정부와 의견을 조율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긴장

美, 中 수출금지 반도체 장비 두배 늘린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르면 4월 새로운 반도체 수출 통제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미국 기업들에 브리핑했다. 한 소식통은 “새로운 규제는 수출을 위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 규모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새로운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네덜란드, 일본 정부와 조율해 새로운 수출 통제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의 압박 속에 지난 1월 말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 등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현재 중국 수출을 위해 허가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는 약 17종이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동참하면 수출 규제 품목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생산기업 3곳이 있다. 이들 3개 기업은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과 함께 반도체 장비 산업을 장악하고 있어 이들의 제품이 없으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규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이 목표이지만 미국 기업들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잃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SML 납품업체, 동남아 이전 추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납품업체들은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10여 개 기술기업 관계자들이 다음주 공장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서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인근 200여 개 첨단기술 기업 단체인 ‘브레인포트 인더스트리스’와 네덜란드 공공기관 ‘브라반트 개발청’이 함께 작성했다. 출장에 동행하는 10여 개 기업은 대부분 ASML의 계약업체로 일부는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출장은) 중국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한 더 폭넓고 장기적인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 ASML을 포함해 관련 기업들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세계적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ASML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미국 인텔 등 대형 반도체 기업에 장비를 공급한다. 지난해 ASML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였다.

네덜란드 당국은 지난 8일 의회에 보낸 서안에서 올여름 이전에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중국 판매가 가능했던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형 모델이 제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