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 종료를 통보한 필리핀이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MDT)을 파기할 수도 있음을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필리핀은 지난달 11일 미국에 VFA 종료를 통보했다.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강력하게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한 전 경찰청장의 미국 비자가 지난해 말 취소된 것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도 파기 가능성 언급
2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전날 미국과의 MDT와 방위력협력확대협정(EDCA)에 대해 "지금은 그대로 있지만,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하자면, VFA가 이 두 협정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VFA를 폐기한다는 것은 두 협정이 약화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파넬로 대변인은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주(국방)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모두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 필리핀이 VFA를 대체할 군사협정을 모색한다는 관측에 대해 "두테르테 행정부는 VFA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을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1998년 VFA를 체결한 데 이어 2014년 미군의 임시 주둔을 허용하는 EDCA를 체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실리외교를 표방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친(親) 중국 노선을 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온 필리핀의 이 같은 입장은 실제 미국과의 군사협정을 폐기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필리핀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전술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