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합법화한 그리스, 낙태 반대 공공 광고물 금지 명령
그리스 정부가 낙태 합법화 이후에도 횡행하는 민간단체의 낙태 반대 포스터를 철거하기로 했다.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낙태 여성을 모욕한다는 이유에서다.

AP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지하철 운영 업체에 낙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한 광고를 조속히 철거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해당 광고는 '생명을 선택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출산 전 태아의 모습이 담겼다.

기독교 한 교파인 그리스정교회가 전체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그리스에선 1986년 낙태가 합법화돼 관련 시술이 꽤 일반화됐다.

합법화 이후 낙태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부정할 수 없는 여성의 권리라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후에도 종교계와 생명 옹호 단체 등을 중심으로 낙태에 반대하는 의견이 지속해서 표출됐다.

특히 최근 한 현지 스포츠 신문 1면에 낙태 반대 광고가 게재돼 낙태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조짐을 보였다.

민간단체가 자비를 들여 게시한 자율적 광고를 이례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결정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광고 철거를 명령한 교통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광고가 국민 여론을 가르고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여성을 모욕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낙태 반대 단체들이 정부의 민간 광고 통제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어 향후 갈등이 조성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앞서 그리스정교회는 작년에 크리스마스 이후 첫 번째 일요일을 '태아 생명 보호의 날'로 지정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