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에서 행정부 실권자인 총리가 지난 1일 사퇴한 데 이어 국가통합의 상징인 대통령까지 사의를 강하게 밝히면서 이라크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됐다.

살리 대통령은 "신임 총리 후보로 추천된 아사드 알에이다니 바스라주(州) 주지사를 총리로 지명하지 않겠다"며 "헌법상 대통령은 의회에서 추천된 총리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일부 언론은 그가 이미 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했고 고향인 쿠르드자치지역 술레이마니야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그는 알에이다니 주지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반정부 시위대가 반대하는 후보를 총리로 지명하느니 사퇴하는 게 대중에 이익이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라크 의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보유한 친이란 정파 '파타동맹'과 누리 알말리크 전 총리의 '법치동맹'이 주도해 구성된 '비나그룹'은 전날 총리 후보로 알에이다니 주지사를 추천했다. 이라크 최남부 바스라주는 이란과 가까워 이란의 영향력이 큰 곳으로 분류된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최다 의석 정파나 정파 연합은 총리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를 총리로 지명한 뒤 내각 구성권을 보유한다. 이라크 의회는 정파 간 의견 차로 총리 후보 추천 시한을 두 번이나 넘기면서 갈등을 겪었다. 정당 대신 정파가 이합집산하는 이라크 의회는 어느 정파가 최대 다수 의석인지를 놓고도 정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총선을 기준으로 두 번째 다수파인 파타동맹의 알에이다니 주지사 추천이 적법한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반정부 시위대는 기존 기득권 정파가 모두 사퇴한 뒤 조기 총선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 현지 언론은 시위대가 알에이다니 주지사를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