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선 "이란이 내정 간섭" 비판 고조
28일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폭도들이 이라크 나자프의 이란 영사관에 방화한 일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라크 정부는 이번 공격의 가해자를 엄정하고 책임감있게 다뤄야 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라크는 외국 외교관과 영사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주이란 이라크 대사에도 이란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라즈 마스제디 주이라크 이란 대사는 이란 메흐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이라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이들은 이란과 이라크를 이간질하려는 폭도들”이라며 “그들은 이라크나 이라크 정부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라크 중남부 도시 나자프에선 이라크 반(反)정부 시위대가 이란 영사관에 방화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란 영사관에 걸린 이란 국기를 내리고 대신 이라크 국기를 게양했다. 일부는 영사관 정문 위에 올라가 이라크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이란 영사관 직원들은 모두 뒷문으로 대피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 사건 이후 시 당국은 나자프에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이라크군은 군 병력을 나자프에 급파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라크에선 최근 이란이 이라크 내정에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 등은 이란이 이라크 정치인과 역내 군사세력 등을 지원하는 식으로 이라크에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란 정부가 이라크 정부에 재직하는 공무원들에 접근해 뇌물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라크에 내정 간섭을 했다는 기밀문건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남부 다른 도시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나시리야에선 강경 진압에 나선 이라크 군경에 의해 반정부 시위대 십여명이 사망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군경과 시위대간 충돌로 18명이 죽고 100명이 다쳤다. 알아라비야는 16명이 죽고 15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에선 지난달 1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시작돼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정부에 부패 청산, 실업 문제 해결, 수도·전기 등 공공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