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화장품 값 한국이 제일 싼데… 가격 쉽게 못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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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일부 품목 글로벌 최저 수준
"럭셔리 뷰티 수요 꺾여"…인상은 신중
"럭셔리 뷰티 수요 꺾여"…인상은 신중
통상 환율 변동에 맞춰 빠르게 값을 조정해 온 명품업계의 기존 분위기와는 다른 흐름이다.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열풍이 사그라들고 예전만큼 제품이 팔리지 않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브랜드들이 선뜻 가격 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럭셔리 화장품 체감 가격, 미국·유럽보다 낮아
9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명품 화장품 소비자 가격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적게는 10~20%에서 많게는 40% 이상 낮은 상황이다.예컨데 샤넬 ‘루쥬 알뤼르 벨벳 립스틱’의 경우 국내 정가는 6만5000원이지만 미국에선 56달러(약 8만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럽에선 55유로(약 9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43%나 국내가 더 저렴하다.
디올 뷰티의 ‘루즈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역시 글로벌 가격(미국 기준)은 55달러(약 7만9000원)인 반면 한국 가격은 5만9000원으로 2만원(약 35%) 가량 더 싸다.
프라다 뷰티의 입문용 립스틱 ‘모노크롬 하이퍼 매트’ 제품은 한국에서 6만원으로 50달러(약 7만6000원)인 미국과 50유로(약 8만4000원)인 유럽보다 저렴하다. 국내 가격이 7만9000원인 톰포드 뷰티의 ‘립 컬러 매트’ 제품의 글로벌 가격은 62달러(약 9만원)다. 글로벌 소비자가 한국에 와서 명품 화장품을 구매하면 훨씬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본사 지침에 따라 글로벌 가격 균형 정책을 엄격하게 따르는 명품 브랜드에선 보기 어려운 흐름이다.
통상 럭셔리 브랜드들은 환율·관세가 변동하면 제품 가격을 조정해 국가별 가격 차이를 줄인다. 올해도 연초에 에르메스나 롤렉스 등 브랜드들은 가방, 시계 등 잡화 가격을 5~7% 가량 올려 환율 변동 폭을 맞췄다.
하지만 샤넬 뷰티나 디올 뷰티 등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 업체들은 지난해 이후 1년 가까이 가격을 동결하며 환율 변동폭을 반영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내 명품시장에서 럭셔리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더 크게 꺾였다고 판단하면서다.
톰포드 뷰티·조말론 등을 국내 들여오는 이엘씨한국은 최근 매출(2024년 6월~2025년 6월)이 전년 대비 7.9% 줄었다.
◆럭셔리 뷰티 수요 꺾여
명품 브랜드가 호황을 누린 코로나19를 전후로 에르메스 립스틱, 구찌 파운데이션 등은 스몰 럭셔리를 대표하는 뷰티 상품이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명품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어 명품에 새로 입문하는 20~30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하지만 경기가 꺾이면서 젊은층 소비자들이 대거 올리브영에서 파는 인디 화장품 등 가성비 제품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명품 회사들 사이에선 "한 해 국내 재고를 상당 부분 소진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줄었다"는 말이 나온다. LVMH 뷰티 등 명품 브랜드들은 연말연초 임직원 할인에 나서 최대 70% 떨이 판매로 재고를 소진했다.
명품 화장품은 통상 1년 전에 물량을 확정해 수입하는 구조인데,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라 재고 관리 부담이 크다. 환율로 인해 글로벌 가격과의 격차가 커진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쉽사리 인상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수요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지만 쉽사리 가격 조정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지난 연말부터 환율 여파로 수익성이 줄어드는 구간이 직면했지만 코로나 이후 최대 불경기라고 할 정도로 럭셔리 화장품 수요가 꺾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브랜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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