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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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전선을 중국으로 좁히고 있다. 중국과는 전면전을 불사하면서 유럽연합(EU), 일본 등 우방국에 대해선 수입차(차 부품 포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포고문을 통해 EU와 일본, 그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관세 면제’ 가능성이 거론됐던 한국, 캐나다, 멕시코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EU, 일본과 마찬가지로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룬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USMCA) 서명으로 국가안보 위협이 줄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조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따라 수입차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결정 시한이 이달 18일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포고문은 이 결정을 6개월 뒤로 미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엔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관세도 철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 농산물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자 동맹국들과는 ‘휴전’이나 ‘종전’을 택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과의 진전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무역 갈등을 완화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라이벌인 중국과 무역분쟁의 늪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선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이 ‘노딜’로 끝나자 13일엔 약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거의 모든 중국 제품이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 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엔 화웨이를 겨냥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기업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다. 행정명령은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화웨이를 타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는걸 막아 ‘5세대(5G) 통신망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서명 직후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화웨이가 미국에 통신장비를 파는건 물론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기도 어려워지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는 장치)를 심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스파이 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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