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리비아 모델' 언급에 화난 폼페이오가 백악관서 볼턴과 말다툼"
백악관은 불화설 부인…"트럼프는 현재 폼페이오 편이지만 얼마나 갈지 의문"
"열외로 밀려난 볼턴… 폼페이오가 김영철 면담서 제외하라 건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열외로 밀려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5일 보도했다.

이상기류가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의 면담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 사이의 균열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광경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당시 면담에 관해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은 CNN에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영철과의 백악관 면담에 볼턴을 배석하게 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사이의 갈등은 폭발 직전의 단계로, 지난달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볼턴 보좌관의 방송 인터뷰 이후 극에 달했다고 한다.

비핵화 참고 사례로 리비아 모델을 명시한 볼턴 보좌관의 인터뷰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자, 화가 난 폼페이오 장관이 백악관에서 볼턴 보좌관과 심한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말다툼에 대해 잘 아는 한 소식통은 CNN에 "그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상당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을 똑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높이 평가하고 그에게 북한 문제에 관해 상당한 자유 재량권을 줬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볼턴 보좌관을 멀리하는 것도 폼페이오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두 명의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 보좌관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으며, 대북 문제에 관한 볼턴 보좌관의 동기를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이 "자기 자신의 어젠다만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게 폼페이오 장관의 생각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불화설을 부인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한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 사이의 말다툼이 있었다는 루머는 완전히 거짓"이라면서 "볼턴 보좌관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 중인 절차를 조정 및 통합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옵션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불화설과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 광범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북한 이슈에 관해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접근을 주도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편에 선 것이며, 수많은 참모들이 빠르게 뜨고 진 사례들에 비춰볼 때 그런 관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한편, 볼턴 보좌관과 함께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북한의 표적이 됐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송 인터뷰 내용에 대해 보고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료는 펜스 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방송 인터뷰 녹화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고, 인터뷰 때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으면 리비아 식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되풀이해도 된다는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