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올해 들어 국가 차원에서 기업의 ‘야근 줄이기’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때 일본도 개인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5년 12월 유명 광고회사 덴쓰의 여사원이 과로 탓에 자살한 사건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일본식 근무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일본 직장인의 상징이던 야근과 산더미 같은 서류, 지옥 같은 통근전철 등을 바꿔보자는 주장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여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 3월 ‘일하는 방식 개혁’을 내세우며 호응하면서 야근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습니다.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초과 근무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일감이 몰리는 기간에는 ‘월 100시간미만, 연 720시간 이내’라는 예외 사항을 뒀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인구감소와 일손부족이라는 사회적 배경도 한몫했습니다. 일할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낮은 노동생산성의 비효율적 구조를 그냥 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2015년 일본생산성본부 조사에서 일본은 조사대상 28개국 가운데 21번째로 낮은 생산성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야근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이뤄지는 야근을 막기 위해 퇴근 시간이 되면 ‘PC 강제종료’를 실시하는 기업, 오후 6시에 ‘퇴근 음악’을 내보내는 기업, 강제 소등을 하는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좀 ‘과하다’거나 ‘이색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퇴근 종용 시도를 추진하는 기업이 눈에 띕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NTT동일본과 경비업체 다이세이, 드론 벤처기업 블루이노베이션의 3개사가 소형 무인 항공기 ‘드론’를 사용하여 야간의 사무실을 순회하는 서비스를 내년 4 월에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다.

드론이 일일이 야근하는 직원을 체크해 퇴근을 촉구한다는 것인데요. 음악을 틀고, 퇴근 안내 방송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야근을 줄이고, 경비원 인력을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예상입니다.
드론은 사무실 내부에서 전파발생장치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해 이동합니다. 자동으로 이착륙 할 수 있고, 비행경로 등은 전용 앱으로 설정합니다. 사무실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비행 영상은 네트워크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월 50만엔(약 500만원) 정도 이용료를 예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업체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누가 야근을 하고 있는지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암울한 디스토피아 미래상을 그렸던 영화 ‘터미네이터’시리즈에 나왔던 날아다니는 로봇도 연상이 되는데요. 근무시간 절감을 위해 꼭 드론이 필요한 것인지 살짝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